지연 피드백은 손잡이를 돌린 결과가 한참 뒤에야 내 손에 돌아오는 되먹임을 말한다. 샤워기에서는 배관 속 물이 흘러오는 시간이 그 지연이다. 느끼는 오차에 반응하는 빠르기와 이 지연을 곱한 값이 0.37을 넘으면 온도가 뜨겁다 차갑다를 오가고, 1.57을 넘으면 오갈수록 더 크게 오간다.
샤워기 앞에서 — 돌릴수록 못 맞추는 순간

차가운 물줄기 앞에서 손잡이를 뜨거운 쪽으로 돌린다. 물은 한동안 그대로 차갑다. 덜 돌렸나 싶어 조금 더 돌리면, 그제야 데일 듯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놀라서 급히 되돌리면 이번엔 다시 차가워지고, 그 사이 손은 벌써 반대쪽으로 가 있다.
겨울 아침에는 이 왕복이 서너 번씩 이어진다. 매번 폭이 커져서, 처음에는 미지근하던 물이 나중에는 얼음물과 끓는 물 사이를 오간다. 그러다 어느 쪽도 못 맞춘 채 참을 만한 지점에서 대충 손을 뗀다.
이 왕복에는 이상한 구석이 하나 있다. 더 부지런히, 더 크게 손잡이를 돌릴수록 온도를 맞추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충 조금씩 돌린 날에는 금방 맞았는데, 정신 차리고 제대로 맞춰 보겠다고 마음먹은 날에 물이 더 심하게 오간다. 그러면 손이 굼떴나 싶어 손목을 더 부지런히 놀리게 된다. 그래도 안 되면 낡은 수전을 흘겨본다.
눈금이 있는 수전이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 딱 맞았던 각도가 오늘은 안 맞는다. 계절에 따라 들어오는 찬물 온도가 다르고, 옆집에서 물을 쓰면 수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처음부터 다시 맞추게 된다.
낯선 욕실에서 이 일이 특히 심하다. 호텔이나 남의 집 샤워기 앞에서는 손잡이를 어디까지 돌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돌린 물이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지금 손등이 차갑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래서 손이 더 바빠지고, 물은 더 크게 오간다.
원인은 손잡이도 아니고 사람의 손도 아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지금 손잡이가 가리키는 온도가 아니라, 몇 초 전 손잡이가 가리키던 온도다. 그 사이 배관 속에는 이미 돌려 놓은 만큼의 물이 줄을 서서 오고 있다. 손등이 읽는 것은 언제나 옛날 손잡이의 결과다.
그래서 지금 느끼는 차가움에 반응해 손잡이를 더 돌리면, 이미 오고 있던 뜨거운 물 위에 뜨거움을 한 번 더 얹는 꼴이 된다. 뜨거워서 되돌릴 때도 방향만 바뀔 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손을 빨리 놀릴수록 이 겹치기가 더 많이 쌓인다. 오가는 폭을 키우는 것은 이 겹치기다.
겹치기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배관은 불투명하고, 그 안에 어떤 온도의 물이 얼마나 줄 서 있는지 알려 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손등에 닿는 물만이 유일한 정보원이고, 그 정보는 이미 몇 초 늦은 것이다. 그러니 손이 아무리 정확해도 판단의 재료가 낡아 있다.
답은 간단하다 — 반응 빠르기 × 지연이 선을 넘었을 뿐
재료가 낡았다는 것만으로는 이 왕복이 몇 번 만에 잦아들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것을 정하는 숫자는 두 개다. 하나는 배관이 가진 값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가진 값이다.
첫째는 지연이다. 손잡이를 돌린 결과가 샤워기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τ초라고 적자. 배관 속 물이 흘러오는 시간이 곧 이 값이다. 예컨대 내경 8 mm 호스 1.5 m에 8 L/min을 흘리면 물이 호스를 통과하는 데 0.57초가 걸린다. 온수기가 멀거나 배관이 길수록 이 값도 그만큼 늘어난다. 사람에게 이 시간은 "아무 반응이 없는 구간"으로 느껴진다.
둘째는 반응 빠르기다. 느끼는 온도가 목표보다 1°C 어긋나 있을 때 손잡이를 온도로 환산해 초당 얼마나 돌리는지를 a라고 적는다(단위 1/s). a가 1이면 느끼는 오차만큼을 1초에 다 돌려 버리는 성급한 사람이고, 0.3이면 같은 오차에 훨씬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재는 것은 손을 놀리는 물리적 속도가 아니라, 느낀 오차를 얼마나 크게 되갚는가다. 이 값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추운 날에는 커진다.
그러면 둘 중 어느 쪽이 문제인가? 어느 한쪽도 아니고, 두 값을 곱한 $a\tau$ 하나가 결과를 전부 정한다. 곱이 0.37보다 작으면 온도는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일 없이 곧장 목표에 붙는다. 0.37과 1.57 사이면 뜨겁다 차갑다를 몇 번 오간 뒤에 결국 맞는다. 1.57을 넘으면 오갈수록 폭이 커져서 끝내 못 맞춘다.
이 곱에는 단위가 없다. 1/s와 초를 곱했으니 단위끼리 상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관이 몇 미터인지, 손이 얼마나 급한지와 상관없이 어느 욕실에서나 0.37·1.57이라는 같은 잣대로 잰다.
세 구간은 욕실에서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첫 구간에서는 물이 한 방향으로만 데워져 목표에 붙으니 왕복이라는 감각 자체가 없다. 둘째 구간에서는 뜨겁다 차갑다를 두세 번 겪지만 그 폭이 점점 줄어 결국 잦아든다. 셋째 구간이 우리가 아는 그 장면이다 — 겪을 때마다 폭이 커진다. 구간이 바뀌는 지점에서 사람이 느끼는 것은 온도가 아니라 자기 실력이다. 어제까지 잘 맞추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못 맞추게 되니, 원인을 자기 쪽에서 찾게 된다.
셋째 구간이라고 온도가 정말 끝없이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손잡이가 완전 온수나 완전 냉수 끝에 닿으면 더 돌릴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두 극단 사이를 오가게 된다. 계산이 말하는 "끝없이 커진다"는 손잡이가 무한히 돌아간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배관이 두 배로 길어지는 것과 내가 두 배로 급해지는 것이 이 계산에서 같은 일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관이 짧은 집에서 몸에 익힌 손버릇을 배관이 긴 집에 그대로 가져가면 물이 오간다. 손버릇도 배관도 각각은 멀쩡한데 둘의 곱이 선을 넘는다. 거꾸로 배관이 긴 집에서도 손을 충분히 느리게 놀리면 곱이 선 아래로 내려가 물이 오가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배관만 바꾸면 세 구간을 다 겪는다. a를 1로 두고 목표보다 10°C 차가운 상태에서 출발시켜 보자. 지연이 0.35초일 때는 반대쪽으로 한 번도 넘어가지 않고 2.17초 만에 맞는다. 1.0초로 늘면 반대쪽으로 5.0°C나 튀었다가 11.90초를 써서 겨우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반대쪽으로 튄 최대 폭을 오버슈트라고 부른다.
1.2초는 아직 맞기는 하지만 23.72초가 걸려서, 샤워 한 번의 앞머리를 통째로 쓴다. 1.6초에서는 60초를 줘도 못 맞춘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배관이 길어졌을 뿐이다.
그림 1의 네 칸은 전부 같은 사람이다. 첫 칸에서 마지막 칸으로 갈수록 곡선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흔들림이 창 안에서 잦아들지 않는 지점이 온다. 눈에 걸리는 것은 오히려 첫 칸이다. 지연 0.2초 쪽이 지연이 아예 없는 경우보다 빨리 맞는다 — 3.05초 대 3.91초다.
지연이 있으면 오차가 이미 줄어든 뒤에도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른 채 손잡이를 계속 돌려서, 초반 속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이득은 곱이 작을 때만 남는다. 0.5에서 벌써 0.41°C 반대쪽으로 넘어가고, 0.8이면 정착에 6.48초가 걸려 지연이 없을 때(3.91초)보다 오히려 느려진다. 여기까지가 욕실에서 겪는 전부이고, 이 규칙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식 한 줄에 들어 있다.
식으로 적으면
옮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금 느끼는 오차가 줄어드는 속도는 지금 오차가 아니라 τ초 전 오차의 a배만큼이다. 손잡이를 돌린 것이 τ초 전이고 그 결과가 이제 도착했기 때문이다. 목표와의 온도 차를 $x(t)$라고 쓰면 이렇게 된다.
변화율이 지금 값이 아니라 과거 값에 걸려 있는 이런 식을 지연 미분방정식이라고 부른다. 보통의 미분방정식과 다른 곳은 오른쪽 괄호 안의 $t-\tau$ 하나뿐이다. 그 하나가 앞 섹션의 세 구간을 전부 만든다.
경계가 하필 1.57(π/2)인 이유
식 1의 온도가 목표로 돌아오는 조건은 이미 증명돼 있다. Berezansky·Braverman(2016)은 τ가 0보다 클 때 이 식이 안정한 조건을 적었고, 그 조건은 더 넓힐 수 없다(sharp). 범위를 조금이라도 넓히면 거짓이 된다는 뜻이다. 곱 $a\tau$가 0보다 크고 $\pi/2$보다 작을 때라는 것이 그 조건이다.
$\pi/2$는 1.5708이다. 앞 섹션의 1.57은 식 2의 오른쪽 끝에서 온 값이다. 곱을 0.02 간격으로 훑으면 발산이 처음 나타나는 자리가 1.58, 진동이 처음 나타나는 자리가 0.38로 나온다. 각각 계산값 1.571과 $1/e$인 0.368을 격자 한 칸 안에서 맞힌 것이다.
경계 위에서는 오가는 주기도 딱 떨어진다. 뜨겁다에서 차갑다를 거쳐 다시 뜨겁다로 오는 한 바퀴가 정확히 지연의 네 배다 — 지연 1초에서 4.001초, 2초에서 8.001초, 3초에서 12.001초. 경계 아래에서는 조금 길어서 대략 네 배로 보면 된다.
그림 2는 곱 하나가 결과를 정한다는 말을 그림으로 확인한 것이다. 반응 빠르기를 네 가지로 바꿔 가며 곱을 같게 맞추면 오버슈트가 같은 자리에 포개진다. 같은 곱끼리의 차이는 최대 0.023°C, 수치 계산의 반올림 수준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 맥주 게임에서도 같은 버릇이 나온다
지연이 있는 되먹임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샤워기 밖에서도 측정돼 있다. Sterman(1989)은 맥주 유통망을 흉내 낸 보드게임 48회에서 192명의 주문 기록을 모아, 기록에 큰 오류가 없는 11회 44명분을 분석했다. 주문을 넣으면 물건은 몇 주 뒤에 도착한다 — 샤워기의 배관을 유통 기간이 대신하는 셈이다.
결과는 한쪽으로 쏠렸다. 44명이 "이미 주문했지만 아직 안 온 물량"을 다음 주문에 반영한 비율은 평균 0.34였다. 전부 반영하는 것이 최적이니 3분의 1만 셈에 넣은 것이다. 3분의 2 넘게 반영한 사람은 44명 중 5명, 11%뿐이었다. 모든 회차에서 주문과 재고가 진동했고, 팀 비용은 벤치마크 비용의 평균 10배였다. 고객 주문이 4에서 8로 늘었을 때 공장 주문의 피크는 평균 32까지 올라갔다.
Sterman은 재고 관리 문제가 여러 층위에 걸쳐 있다며 예를 들었다. 기업 수준에서는 부품 주문이, 거시 수준에서는 연준의 통화량 관리가 그 예다. 개인 수준의 예 가운데 하나가 아침 샤워 물온도 맞추기다.
people regulate the temperature of the water in their morning shower
J. D. Sterman (1989), *Management Science* 35(3):321–339위 숫자는 맥주 게임에서 나온 값이지 샤워기에서 잰 값이 아니다. Sterman이 적은 것도 두 상황이 같은 부류라는 데까지다. 다만 사람이 빠뜨리는 항목은 같다 — 이미 조치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처방은 둘 — 기다리거나, 미리 셈하거나
배관 길이는 대개 못 바꾼다. 그러면 곱을 줄일 자리는 반응 빠르기뿐인데, 처방은 두 가지 모양으로 나온다. 둘 다 지연 2초, 그대로 비례 반응하면(a=1/s, 곱 2) 못 맞추는 조건에서 재 봤다.
첫 번째는 한 번 돌리고 손을 떼는 것이다. 느끼는 오차의 70%만큼만 돌린 뒤 2초를 기다리고, 물이 도착하면 그때 다시 판단한다. 이렇게 하면 반대쪽으로 한 번도 넘어가지 않고 8.00초에 맞는다.
두 번째는 아직 안 온 변화까지 셈에 넣는 것이다. 지금 느끼는 온도에 배관 속에서 오고 있는 변화를 더해 그 예상치에 반응하면, 지연이 되먹임 고리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쪽은 5.91초에 맞고 역시 오가는 구간이 없다. 이 방법은 1957년에 제안됐고 스미스 예측기(Smith predictor)라고 부른다.
그림 3에서 두 처방의 곡선은 모양이 닮았다. 한쪽은 반응 빠르기를 낮춰 곱을 경계 아래로 내리고, 다른 쪽은 지연을 셈에 넣어 곱이라는 문제를 없앤다. 앞의 것은 계산이 필요 없고, 뒤의 것은 배관이 얼마나 긴지 알아야 한다.
고장 난 건 손잡이도 내 손도 아니라 곱이다
샤워 물온도가 오가는 것은 손잡이의 결함도, 손이 둔해서도 아니다. 반응 빠르기와 배관 지연을 곱한 값 하나가 선을 넘었을 뿐이고, 그 선은 1.57이다. 반응을 두 배로 빠르게 하는 것과 배관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이 계산에서 같은 일이다.
그 곱이 손댈 자리를 그대로 알려 준다. 배관을 못 줄이면 반응을 늦추거나, 아직 안 온 변화를 셈에 넣으면 된다. 샤워기 앞에서 그 둘은 하나의 동작으로 겹친다 — 한 번 돌리고, 물이 올 때까지 손을 떼는 것.
더 읽기
- J. D. Sterman (1989), "Modeling Managerial Behavior: Misperceptions of Feedback in a Dynamic Decision Making Experiment", Management Science 35(3):321–339
- L. Berezansky, E. Braverman (2016), "Stability conditions for scalar delay differential equations with a non-delay term", arXiv:1606.02808 — https://arxiv.org/abs/1606.02808
- J. E. Normey-Rico 외 (2022), "Control of dead-time process: From the Smith predictor to general multi-input multi-output dead-time compensators", Frontiers in Control Engineering 3:953768 — https://doi.org/10.3389/fcteg.2022.953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