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는 물건의 진짜 가치는 하나인데 참가자마다 추정치만 다른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값을 부른 낙찰자가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는 현상이다. 자기 추정치를 그대로 입찰가로 부르면 그 손해가 난다. 내 추정치가 이 자리에서 가장 높았다는 조건까지 감안해 입찰가를 미리 깎으면 손해의 평균은 0이 된다.
항아리 경매

어느 경제학 수업에서 동전이나 클립이 든 항아리를 강단에 올려놓고 경매에 부쳤다. 학생들은 항아리를 눈으로만 살펴본 뒤 각자 값을 적어 냈고, 가장 높은 값을 적은 사람이 그 값을 내고 항아리를 가져갔다. 한 번만 한 것이 아니다. 내용물이 다른 항아리 넷을 차례로 올려 네 번 경매했고, 한 번의 경매에 붙은 인원은 4명에서 26명 사이였다. Bazerman과 Samuelson이 1983년에 보고한 수업 경매이고, 여기 옮긴 수치는 Kagel(2003)의 요약을 따랐다.
항아리에 든 것의 실제 가치는 넷 다 8달러였다. 학생들이 적어 낸 추정치의 평균은 5.13달러로, 실제 가치보다 2.87달러 낮았다. 그런데 낙찰가의 평균은 10.01달러였다. 이긴 사람은 평균 2.01달러를 손해 봤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앞뒤가 안 맞는다. 방 전체는 항아리를 실제보다 싸게 보고 있었는데, 그 방에서 이긴 사람만 실제보다 비싸게 샀다. 뒤집힘은 우연이 아니다 — 이긴 사람만 골라내는 규칙 자체가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래서 그 폭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공통가치 경매와 승자의 저주
경매를 두 종류로 갈라 보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인다. 한쪽은 물건의 값이 사람마다 다른 경매다. 오래된 LP 한 장이 누구에게는 만 원이고 누구에게는 십만 원인 것처럼, 각자의 값이 각자에게 맞다. 이런 자리에서는 높게 부른 사람이 이겨도 잘못된 것이 없다. 그 사람에게는 정말 그만큼의 값이니까.
다른 한쪽은 물건의 값이 누구에게나 똑같은데 그 값을 아무도 모르는 경매다. 항아리에 든 동전의 액수는 하나로 정해져 있고, 세어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수를 모른다. 유전 하나에 묻힌 기름의 양도, 인수하려는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도 같은 모양이다. 이런 경매를 공통가치(common value) 경매라고 부른다. 참가자가 손에 쥔 것은 값이 아니라 값에 대한 추정치 하나뿐이다.
이제 경매 규칙을 다시 본다. 이기는 사람은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이다. 모두가 자기 추정치를 그대로 부른다면, 이긴 사람은 곧 추정치가 가장 높았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낙찰은 물건을 얻었다는 소식이면서 동시에 "내 추정치가 이 방에서 제일 높았다"는 정보다. 이 정보가 왜 나쁜 소식인지는 그림 한 장이면 보인다.
그림 1는 다섯 명이 붙는 합성 경매의 두 분포를 겹쳐 놓은 것이다. 하나는 참가자 전원의 추정치가 진짜 가치에서 얼마나 어긋났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중 낙찰자의 추정치만 골라낸 것이다. 전체 분포는 0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다. 아무나 한 명 집어 그 사람의 추정치가 진짜 가치보다 높을 확률은 정확히 절반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낙찰자만 골라내면 97%가 진짜 가치보다 위에 있고, 평균은 8.0만큼 위로 밀려 있다.
밀린 이유는 뽑는 방식에 있다. 다섯 개의 값 중에서 가장 큰 하나를 고르면 그 값은 다섯 개의 평균보다 위쪽에 있기 마련이고, 고르는 개수가 많아질수록 더 위로 간다. 두 명이면 평균 4.0, 다섯 명이면 8.0, 열 명이면 9.8만큼 위다. 통계에서는 이렇게 어떤 조건이 성립한 세계에서만 잰 평균을 조건부 기댓값이라고 부른다. 낙찰자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최고값만 골라내는 규칙이 이 편차를 만든다.
깎아야 할 폭은 바로 이 편차다. 입찰가는 내 추정치 그대로가 아니라 그만큼 미리 내린 값이어야 한다. 추정치가 진짜 가치에서 최대 ±ε 안에서 고르게 흩어져 있고, 나를 포함한 입찰자는 n명이라고 하자. 깎을 폭은 그 불확실 폭 ε에 (n−1)/(n+1)을 곱한 값이다.
식 1의 x는 내 추정치, b는 부를 값이다. 다섯 명이면 (n−1)/(n+1)이 2/3이니 불확실 폭의 3분의 2를 깎는다. 열 명이면 9/11, 거의 폭 전체를 깎는 셈이다. 경쟁자가 늘수록 더 세게 깎아야 한다는 뜻인데, 실제 사람의 손은 정반대로 간다. 그 실측은 뒤에 나온다.
실험실에서 실측한 손해
수업 시연 한 번은 일화로 남을 수 있다. 같은 구조를 통제된 실험으로 반복한 기록을 본다. Kagel 등이 1989년에 보고한 실험(Kagel 2003 재수록)에서는 경매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을 모아 같은 경매를 반복시켰다. 물건의 진짜 가치는 매번 새로 뽑고, 참가자에게는 그 값 주변의 추정치를 하나씩 나눠 준다. 가장 높이 적어 낸 사람이 그 값을 내고 물건을 가져간다.
모두가 조건부 추론을 제대로 한다면 첫 아홉 번의 경매에서 낙찰자의 평균 이익은 +1.90달러여야 했다. 실제로 잰 값은 −2.57달러였다. 흑자로 끝난 경매는 전체의 17%뿐이었고, 참가자의 41%가 밑천을 다 잃고 실험에서 탈락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같은 표에 있다. 실험자는 각 입찰가를 "내 추정치가 최고라는 조건 아래의 기댓값"과 비교했다. 전체 입찰 가운데 59%가 그 값보다 높았다. 실제로 낙찰된 입찰만 추리면 그 비율이 82%로 올라간다. 낙찰된 입찰 열 건 중 여덟 건이 처음부터 평균 손해가 나는 값이었다는 뜻이다.
합성 경매로 재현하기
같은 구조를 컴퓨터로 다시 만들면 폭까지 잴 수 있다. 설계는 실험실 쪽과 같다. 진짜 가치를 하나 뽑고, 참가자 n명에게 그 값 ±12 안에서 고르게 흩어진 추정치를 하나씩 준다. 참가자 수는 2명에서 10명까지, 각 조건을 시드 20개 × 20,000회 돌렸다. 전략은 셋을 나란히 뒀다. 추정치를 그대로 부르는 쪽, 식 1대로 깎는 쪽, 폭 전체인 12를 깎는 쪽이다.
| 입찰자 수 | 그대로 부르기 | 조건부로 깎기 | 폭 전체 깎기 |
|---|---|---|---|
| 2명 | −4.0 | 0.0 | +8.0 |
| 3명 | −6.0 | 0.0 | +6.0 |
| 4명 | −7.2 | 0.0 | +4.8 |
| 5명 | −8.0 | 0.0 | +4.0 |
| 7명 | −9.0 | 0.0 | +3.0 |
| 10명 | −9.8 | 0.0 | +2.2 |
그림 2에서 추정치를 그대로 부르는 곡선은 참가자 수와 함께 아래로 처진다. 두 명일 때 −4.0이던 평균 손익이 열 명에서는 −9.8로, 약 2.5배다. 손해로 끝난 경매의 비율도 같이 오른다 — 두 명이면 75%, 다섯 명 97%, 열 명 99.9%다.
손실의 크기에는 규칙이 있다. 표에서 그대로 부르기 열의 손실 크기는 식 1이 깎으라고 한 폭과 자릿수까지 같다. 우연이 아니다 — 낙찰자의 추정치가 진짜 가치보다 평균 얼마나 위인지를 계산하면 정확히 그 값이 나온다.
식 2의 왼쪽은 낙찰자가 평균 얼마나 위로 밀려 있는지이고, 오른쪽은 식 1이 깎으라는 폭이다. 밀린 만큼 깎아 내리는 것이니 두 값이 같다. 조건부로 깎은 열은 여섯 조건 전부에서 평균 손익이 0.0이다. 0은 이익이 아니라 손익이 갈리는 지점이다. 흑자를 남기려면 거기서 더 깎아야 한다.
평균이 0이라고 해서 손실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건부로 깎아 불러도 개별 경매의 55~61%는 여전히 손해로 끝난다. 이익 분포가 오른쪽으로 긴 꼬리를 갖기 때문이다 — 자주 조금씩 잃고 가끔 크게 남겨서 평균이 0에 맞아떨어진다. 평균 0을 "반반"으로 읽으면 실제로 겪는 것과 어긋난다.
왜 이렇게 계산하기 어려운가
계산이 이 정도로 간단한데 실험 참가자들은 왜 못 했을까. 상대가 어떻게 부를지 몰라 헷갈린 것일 수도 있고, 조건부 추론 자체가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둘은 다른 문제다.
Koch와 Penczynski(2018)가 그 둘을 갈라놓는 실험을 설계했다. 두 사람이 겨루는 공통가치 경매와, 조건부 추론이 필요한 대목만 걷어낸 변형판을 함께 돌렸다. 만하임에서 182명이 참가했다.
사람을 상대로 한 원래 경매에서 낙찰자가 손해 본 비율은 61%인데, 조건부 추론을 걷어낸 판에서는 32%로 내려갔다. 상대가 규칙이 공개된 컴퓨터일 때도 45%에서 24%로 내려갔다. 상대가 사람이든 기계든 조건부 추론을 걷어내면 손해 본 낙찰자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로 준다. 어려운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가 이겼다"에서 정보를 읽어 내는 한 걸음이다.
경험은 도움이 되지만 옮겨지지 않는다
그러면 몇 번 해 보면 익숙해질까. 절반은 그렇다. Kagel과 Levin(1986)의 실험에서 경매를 한 번 이상 겪어 본 입찰자들은 3~4명이 붙는 경매에서 평균 +4.32달러로 흑자를 냈다. 이론이 예측한 7.48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흑자는 흑자다.
같은 사람들을 그대로 6~7명 경매에 넣자 평균 손익은 −0.54달러로 돌아갔다. 그 조건의 예측값은 4.82달러였다. 경쟁자가 늘면 식 1이 말하는 대로 더 깎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로, 더 공격적으로 불렀다. 몸에 붙은 것은 "이 정도 깎으면 되더라"라는 한 자리의 감각이지, 자리가 바뀌어도 따라오는 규칙이 아니었다.
입찰 전에 깎을 값을 계산하는 법
그 규칙은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짧다. 필요한 값은 세 개뿐이다. 내 추정치, 그 추정치가 어긋날 수 있는 폭, 그리고 나를 포함한 입찰자 수다.
식 1의 (n−1)/(n+1)은 추정치가 진짜 가치 ±ε 안에서 고르게 흩어져 있다고 볼 때 나오는 값이다. 실제 추정치가 다른 모양으로 흩어져 있으면 정확한 폭은 달라진다. 바뀌지 않는 것은 방향이다 — 남들보다 높게 봤기 때문에 이겼다면 그만큼 깎고 들어가야 한다.
한 판을 끝까지 따라가 본다. 다섯 명이 붙는 합성 경매의 첫 판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판의 진짜 가치는 174.11이고, 다섯 사람의 추정치는 162.50부터 184.01까지 흩어져 있다. 물론 입찰하는 사람은 174.11을 모른다. 손에 든 것은 자기 추정치 하나뿐이다.
내 추정치가 184.01이라고 하자. 다섯 명 중 가장 높으니 이 값을 그대로 부르면 나는 이긴다. 그리고 174.11짜리 물건을 184.01에 사서 9.91을 잃는다. 이번엔 깎고 부른다 — 불확실 폭이 12이고 다섯 명이니 깎을 폭은 12 × 2/3, 곧 8.0이다. 다섯 명이 모두 같은 규칙으로 깎는다면 176.01을 불러도 여전히 이기고, 손해는 1.91로 줄어든다. 손으로 한 이 계산을 코드로 옮기면 이렇다.
import numpy as np
EPS, N = 12.0, 5 # 불확실 폭 ±12, 입찰자 5명
rng = np.random.default_rng(0)
x0 = float(rng.uniform(50 + EPS, 250 - EPS)) # 아무도 모르는 진짜 가치
signals = x0 + rng.uniform(-EPS, EPS, N) # 다섯 사람의 추정치
cut = EPS * (N - 1) / (N + 1) # 깎을 폭
naive_bid = float(signals.max()) # 그대로 부른 최고가
corrected_bid = naive_bid - cut # 전원이 깎고 부른 최고가
print(f"진짜 가치 {x0:.2f}")
print("추정치 " + ", ".join(f"{s:.2f}" for s in signals))
print(f"깎을 폭 {cut:.1f}")
print(f"그대로 부르면 낙찰가 {naive_bid:.2f} / 손익 {x0 - naive_bid:+.2f}")
print(f"깎아서 부르면 낙찰가 {corrected_bid:.2f} / 손익 {x0 - corrected_bid:+.2f}")진짜 가치 174.11
추정치 168.58, 163.09, 162.50, 181.62, 184.01
깎을 폭 8.0
그대로 부르면 낙찰가 184.01 / 손익 -9.91
깎아서 부르면 낙찰가 176.01 / 손익 -1.91이 한 판만 보면 보정이 실패한 것처럼 읽힌다. 깎고도 손해가 났으니까. 그런데 식 1이 약속한 것은 이 판의 흑자가 아니라 여러 판의 평균이다. 같은 규칙으로 20,000판을 돌리면 그 평균이 0.0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앞의 표였다.
그림 3은 이 계산을 단계별로 세운 것이다. 추정치 184.01에서 조건부 보정 8.0을 빼면 176.01, 여기가 손익 0선이다. 이익을 남기고 싶으면 이 아래로 더 내려가야 한다. 불확실 폭 12를 마저 깎아 172.01까지 내리면 그 값은 진짜 가치를 넘을 수 없다.
계산이 부담스러우면 폭 전체를 깎는 쪽이 있다. 추정치에서 불확실 폭을 통째로 뺀 값은 진짜 가치를 넘지 않으니 흑자만 남는다. 대신 이기는 횟수가 줄고 남는 이득도 준다 — 두 명이 붙으면 평균 +8.0이지만 열 명이면 +2.2다. 고를 것은 조건부 보정선과 이 하한 사이의 어느 지점이다.
차트에서 본 패턴이 진짜인지 따져 보던 앞 편의 도구가 순서를 섞은 대조군 100장이었다면, 이번 도구는 종이 한 장에서 끝난다. 가지고 나갈 것은 세 값과 곱셈 하나다. 입찰 전에 내 추정치를 적고, 그 추정치가 어긋날 수 있는 폭을 정하고, 몇 명이 붙는지 센다. 폭에 (n−1)/(n+1)을 곱해 추정치에서 빼면 손익 0선이 나오고, 이익은 그 아래에서만 난다.
이 산술은 경매장 밖에서도 그대로 든다. 여럿이 같은 것을 각자 추정해 겨루고, 가장 높이 부른 쪽이 가져가는 자리라면 다 같다. 인수전의 매수 제안, 공모주 청약 가격, 채용에서 오가는 연봉 제시 — 이겼다는 사실은 어디서나 내 추정이 제일 높았다는 정보다.
다만 구조가 같다는 말과 그 현장에서 손해까지 쟀다는 말은 다르다. 폭을 잰 것은 실험실과 위 합성 경매이고, 현장에 남은 기록은 낙찰 기업들의 수익률이 해마다 낮았다는 유전 임차 경매의 관찰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할 일은 어느 자리에서나 같다. 이길 만한 값을 적었다면, 부르기 전에 그 값에서 먼저 깎는다.
이 글은 검증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더 읽기
- Kagel, J.H., "Common Value Auctions and the Winner’s Curse: Lessons from the Economics Laboratory", Ch. 4 in The Economics of Risk, W.E. Upjohn Institute, 2003, pp. 65–101. https://doi.org/10.17848/9781417505937.ch4 — 이 글의 실험 수치는 전부 이 문헌에서 옮겼다. Table 4.1이 Kagel 등(1989), Table 4.2가 Kagel·Levin(1986), 항아리 경매가 Bazerman·Samuelson(1983)의 요약이다.
- Koch, Christian, and Stefan P. Penczynski, "The winner’s curse: Conditional reasoning and belief formation", Journal of Economic Theory 174, 2018, pp. 57–102. https://doi.org/10.1016/j.jet.2017.12.001
- 동전 던지기로 그린 랜덤워크 차트는 진짜 주가 차트와 구별되지 않는다 — 이 시리즈의 앞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