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역설(elevator paradox)은 건물 아래쪽 층에서 기다릴 때 먼저 오는 엘리베이터가 대부분 내려가는 방향인 현상이다. 버튼을 누른 순간 엘리베이터가 그 층 위쪽 구간에 있을 확률이 더 높아서 생긴다. 엘리베이터 대수를 늘려도 이 편향은 사라지지 않고, 절반을 향해 서서히 줄어들 뿐이다.
샌디에이고의 7층 건물, 여섯 번 중 다섯 번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부를 때마다 먼저 오는 것이 반대 방향이면, 보통은 운이 나빴다고 넘긴다. 장소는 샌디에이고의 7층 건물이다. 물리학자 Gamow 는 2층 사무실에서 그것을 눈여겨봤다. 그가 부른 엘리베이터는 대략 여섯 번 중 다섯 번이 내려가는 중이었다. 6층에 사무실이 있던 Stern 은 정반대였다. 그쪽은 여섯 번 중 다섯 번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였다.
Gardner 가 전하는 이 일화에는 농담이 하나 따라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옥상 어딘가에서 만들어져 지하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농담은 농담이고, Gamow 가 본 비율은 대략 5/6이었다. 여기서 5/6은 하행이 먼저 온 회차를 전체 회차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어디서 오는지는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이 아니라 층 번호를 봐야 보인다.
엘리베이터 역설의 정체 — 위치가 만드는 확률
답부터 말하면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관찰자의 위치에 있다. 2층은 건물의 거의 맨 아래다. 그래서 버튼을 누른 순간 엘리베이터는 대개 내 위에 있고, 위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내려오면서 2층에 닿는다.
모형을 하나만 세우자. 엘리베이터 1대가 1층과 7층 사이를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왕복한다. 층과 층 사이를 지나는 데 1단위 시간이 걸리므로 왕복 한 주기는 12단위다. 그리고 이 글의 유일한 새 전제는 이것이다. 내가 버튼을 누르는 시각은 주기와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그 순간 엘리베이터의 위치는 왕복 주기 어디에나 같은 확률로 놓인다.
이 전제를 깔면 계산은 나눗셈 하나로 끝난다. 2층 위쪽에는 층 간격이 5개(2층~7층), 아래쪽에는 1개(1층~2층) 있다. 엘리베이터가 위쪽 구간에 있을 확률은 5/6이고, 그때 다음 2층 도착은 하행이다. 여기서 분모 6은 건물 전체의 층 간격 수다.
그림 1의 위쪽 띠가 2층에서 본 한 주기다. 12칸 중 10칸이 하행이고 2칸이 상행이다. 아래쪽 띠는 같은 건물의 4층에서 본 것이고, 여기서는 6칸 대 6칸으로 정확히 반반이 된다. 층을 바꾸면 비율이 따라 바뀐다는 뜻이다.
일반화하면 하행 확률은 그 층 위쪽 층 간격 수를 6으로 나눈 값이다. 3층은 2/3, 4층은 1/2, 5층은 1/3, 6층은 1/6. 실제로 층마다 20만 번씩 무작위 시각에 버튼을 눌러 보면 0.833·0.666·0.499·0.334·0.168이 나온다.
1층과 7층은 이 계산에서 빼 둔다. 엘리베이터가 그 두 층에서 방향을 꺾기 때문에 "먼저 온 엘리베이터의 방향"이라는 말 자체가 정의되지 않는다. 이후의 표와 그림도 2층부터 6층까지만 다룬다.
그런데 도착 횟수는 똑같다 — 표본이 만든 착시
여기서 흥미로운 건 엘리베이터가 2층에 오는 횟수 자체는 전혀 기울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주기 동안 엘리베이터는 2층을 올라가면서 한 번, 내려가면서 한 번 지난다. 상행 1회, 하행 1회.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값이 아니라 왕복 모형에서 곧바로 따라오는 항등식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2층 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엘리베이터를 전부 세면 정확히 반반이다. 기우는 것은 세는 방식이다. 우리는 도착한 순간부터 세기 시작해서 첫 번째 한 대만 기록하고 자리를 뜬다. 이 블로그의 검사 역설 편과 사촌 관계다. 거기서 편향을 만든 표본은 시간 간격이었고, 여기서는 관찰자의 위치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를 여러 대 놓아 자리를 촘촘히 메우면 이 편향도 흩어질까?
엘리베이터를 늘려도 반반이 되지 않는다
Gamow 와 Stern 은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여도 확률은 "물론 같다"고 적었다. Knuth 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보였다(Gardner 1973 전재). 논거는 한 주기를 두 구간으로 가르는 데 있다.
2층 기준으로 구간 하나를 정하자.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내려오기 시작해 1층을 찍고 2층으로 되올라오는 4단위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다음 2층 도착 방향이 반반이다. 반반 구간이라 부르자. 한 주기의 1/3이 여기에 해당하고, 나머지 2/3에서는 반드시 하행으로 도착한다.
대수끼리는 서로 독립이라고 둔다. 그러면 k대가 전부 반반 구간 밖에 있을 확률이 $(2/3)^k$이고, 그때는 하행이 먼저 온다. 한 대라도 반반 구간에 있으면 그 엘리베이터가 먼저 닿는다. 방향은 반반이다.
두 경우를 더하면 2층에서 하행이 먼저 올 확률이 나온다.
식 1에서 k=1이면 5/6, k=2면 13/18이다. 즉 두 대를 놓으면 83%가 72%로 내려간다. 값이 정말 그런지는 왕복 모형을 직접 돌려서 확인할 수 있다.
import random
random.seed(20260822) # 시드 고정
PERIOD = 12.0 # 7층 건물 왕복 = 2 x (7-1) 단위
UP_PHASE, DOWN_PHASE = 1.0, 11.0 # 이 위상에서 2층을 통과(상행/하행)
TRIALS = 200_000
def down_ratio(k):
down = 0
for _ in range(TRIALS):
best_t, best_dir = None, None
for _ in range(k): # 엘리베이터 k대, 위상은 독립 균등
u = random.uniform(0.0, PERIOD)
for phase, direction in ((UP_PHASE, "up"), (DOWN_PHASE, "down")):
t = (phase - u) % PERIOD # 다음 2층 도착까지 남은 시간
if best_t is None or t < best_t:
best_t, best_dir = t, direction
down += best_dir == "down"
return down / TRIALS
for k in (1, 2, 8):
analytic = 0.5 + 0.5 * (2 / 3) ** k
print(f"k={k:2d} 시뮬 {down_ratio(k):.3f} 해석 {analytic:.3f}")k= 1 시뮬 0.834 해석 0.833
k= 2 시뮬 0.722 해석 0.722
k= 8 시뮬 0.519 해석 0.520
k=2에서는 시뮬레이션 값과 해석식이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같다. 여덟 대까지 늘려도 하행이 먼저 올 확률은 0.52 근처에 머문다. 그림 2를 보면 곡선이 1/2 선에 붙어 가지만 닿지는 않는다. 4대에서는 아직 60%다. $(2/3)^k$는 k가 아무리 커져도 0보다 크기 때문에, 유한한 대수에서 확률이 정확히 1/2이 되는 일은 없다.
건물 전체로 보면, 그리고 2층의 Gamow
같은 계산을 층마다 해 보면 건물 전체의 모양이 보인다.
그림 3에서 회색 점들은 층마다 크게 벌어져 있다. 2층은 0.83, 6층은 0.17, 한가운데인 4층만 0.5다. 8대로 늘린 청록 점들은 2층 0.52, 6층 0.48로 전부 가운데에 모여 있다. 층 위치가 만든 편향이 대수에 눌려 옅어지지만,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이 모형은 엘리베이터가 쉬지 않고 왕복하고 대수끼리 독립이라고 가정한다. 로비로 돌아가 대기하는 습성, 출퇴근 시간의 한쪽 쏠림, 만원이라 그냥 지나가는 경우는 모형 밖이다. 실제 건물의 대기 경험을 이 확률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시 2층의 Gamow 에게 돌아가 보자. 그가 본 5/6은 서 있던 층과 세는 방식이 함께 정한 값이다. 층을 4층으로 옮기면 그 자리에서 1/2이 된다. 엘리베이터를 여덟 대로 늘리면 0.52까지 내려온다. 자리도 대수도 그대로 두고 세는 방식만 바꾸면, 문 앞을 지나가는 엘리베이터를 전부 세는 순간 이미 반반이다.
더 읽기
- M. Gardner, "Mathematical Games: Up-and-down elevator games and Piet Hein’s mechanical puzzles", Scientific American 228(2), Feb 1973, pp. 106–. 재수록: Knotted Doughnuts and Other Mathematical Entertainments, ch.10.
- D. E. Knuth, "The Gamow–Stern Elevator Problem", Journal of Recreational Mathematics 2 (1969), 131–137. 재수록: Selected Papers on Fun & Games, CSLI, 2011.
- P. J. Nahin, Digital Dice: Computational Solutions to Practical Probability Problem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 ch.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