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미인대회: 정답은 0, 이기는 수는 따로 있다

케인스 미인대회는 0부터 100 사이에서 수를 하나씩 적어 내고, 전체 평균의 2/3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론상 정답은 0인데, 실험실 수십 명도 신문 독자 수천 명도 거의 아무도 0을 적지 않았다. 이기는 수는 정답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을 멈추는 자리를 맞힌 수였다.

숫자를 하나 골라 보자 — 신문 속 미인대회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이 빈 카드에 숫자를 적으려 하고, 머리 위 생각 풍선 안에는 크기가 한 단씩 줄어드는 사각형 계단이 들어 있다

0부터 100 사이에서 숫자를 하나 골라 보자. 규칙은 하나뿐이다 — 전체 평균의 2/3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긴다. 상금은 한 사람에게만 간다. 다른 참가자가 몇 명인지는 알아도 그들이 무엇을 적을지는 모른다.

규칙이 낯설면 세 사람만 있다고 해 보자. 셋이 각각 30, 60, 90을 적어 냈다면 평균은 60이고 과녁은 그 2/3인 40이다. 40에 가장 가까운 것은 30이니 30을 적은 사람이 상을 가져간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적은 수가 과녁을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90을 적은 사람은 제 손으로 과녁을 위쪽으로 밀어 올리고도 졌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수를 기억해 두자. 글 마지막에 그 수가 몇 단계짜리 추론인지 직접 세어 볼 것이다. 그 전에 이 게임의 이상한 점부터 짚어 두자 — 정답이 있는데도 정답을 적으면 진다.

이기는 길은 내가 옳다고 믿는 답을 적는 데 있지 않다. 남들이 어디쯤에서 생각을 멈출지를 맞혀야 한다. 그래서 이 판에서는 계산을 잘하는 것과 이기는 것이 같은 일이 아니다.

이 판은 실험실에서도, 신문 지면에서도 여러 번 돌아갔다. 참가자가 열댓 명일 때와 수천 명일 때 사람들이 각각 어디에 모였는지가 둘 다 숫자로 남아 있다. 그 숫자가 이 글의 재료다.

케인스는 1936년에 전문 투자를 신문의 미인 투표 대회에 빗댔다. 사진 100장에서 가장 예쁜 얼굴 여섯을 고르되, 참가자 전체의 평균적 선호에 가장 가깝게 고른 사람이 상을 받는 대회다. 이어지는 문장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It is not a case of choosing those which, to the best of one’s judgment, are really the prettiest, nor even those which average opinion genuinely thinks the prettiest. We have reached the third degree where we devote our intelligences to anticipating what average opinion expects the average opinion to be. And there are some, I believe, who practise the fourth, fifth and higher degrees.

J. M. Keynes, The General Theory (1936), ch. 12

내 판단으로 정말 예쁜 얼굴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고, 평균적 의견이 정말 예쁘다고 여기는 얼굴을 고르는 문제도 아니다. 평균적 의견이 평균적 의견을 무엇이라 기대할지, 그것을 예상하는 데 지능을 쓰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케인스의 말이다. 그 위로 네 번째·다섯 번째 단계를 밟는 사람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케인스가 든 대회와 이 글이 다루는 실험은 곱하는 수가 다르다.

그리고 케인스 미인대회(Keynesian beauty contest)라는 이름은 후대가 붙인 것이다. 케인스 자신은 그 말을 쓰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불렀든, 이 게임에는 종이 위에서 딱 떨어지는 답이 하나 있다.

정답은 왜 0인가 — 내시 균형까지 가는 추론

그 답부터 짚고 가자. 답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 답과 실제로 이기는 수가 왜 갈리는지도 보인다. 우선 참가자 전원이 100을 적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때도 평균은 100이고, 과녁인 평균의 2/3은 66.67이다.

그러니 66.67보다 큰 수는 어떤 경우에도 이기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적든 성립하는 이야기라, 남들도 이 정도는 안다고 믿어 보자. 그러면 아무도 66.67 위를 적지 않고, 평균은 아무리 높아도 66.67이며, 과녁은 44.44로 내려간다. 이제 44.44 위도 이기지 못한다.

같은 추론을 끝까지 반복하면 남는 수는 0 하나다. 그리고 모두가 0을 적은 상태는 아무도 혼자 빠져나갈 이유가 없는 상태다. 평균이 0이면 과녁도 0이라, 혼자 1이라도 적는 사람은 과녁에서 멀어지기만 한다. 이런 상태를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 아무도 혼자 선택을 바꿔서 더 나아질 수 없는 자리다.

내시 균형은 이 판에만 쓰는 말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고르고 그 결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면 어디서나 쓰는 개념이다. 뜻은 늘 같다 — 다들 그렇게 하고 있을 때 혼자 바꿔서 이득 볼 사람이 없는 배치를 가리킨다. 다만 균형이 있다는 말과 사람들이 거기 모인다는 말은 다르다. 균형은 그런 자리가 어디인지만 알려 주지, 실제로 그 자리에 사람이 모이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의 답이다. 그런데 이 답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 남들도 끝까지 같은 추론을 민다고 믿을 때만 0이 옳다. 게다가 그 믿음은 한 겹이 아니다. 남들이 끝까지 민다고 믿어야 하고, 남들도 나에 대해 그렇게 믿는다고 믿어야 하고, 그 위로 계속 그렇다. 추론을 두 번 하고 멈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0은 그냥 과녁에서 제일 먼 수다.

사다리를 세우면 이기는 수가 보인다

실제 사람들은 100에서 계산을 시작하지 않는다. 0부터 100 사이에서 아무 정보 없이 고르라면 한가운데인 50이 기준점이 된다. Nagel도 참가자들의 출발점이 100이 아니라 50이었다고 보고한다(1995 §V).

출발점 둘이 헷갈리기 쉬우니 갈라 두자. 앞 절에서 100부터 지워 내려간 것은 어떤 수가 논리적으로 탈락하는지를 따진 것이다. 여기서 50부터 곱해 내려가는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앞의 계산은 정답이 어디인지 말해 주고, 뒤의 계산은 사람들이 어디쯤 서 있는지 말해 준다. 우리가 재려는 것은 뒤쪽이다.

그래서 실제 선택을 읽을 때 쓰는 자는 50에서 내려오는 사다리다. 50에 2/3을 한 번 곱하면 33.33, 두 번 곱하면 22.22가 된다. k번 곱한 자리를 k단계라고 부르자.

(1) $$ x_k = 50\left(\frac{2}{3}\right)^{k} $$

식 1에서 k=1은 "남들은 아무렇게나 고를 테니 평균은 50쯤이겠지"라고 보고 그 2/3을 적는 사람이다. k=2는 "남들이 거기까지 생각할 테니 나는 한 번 더"를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상대의 추론 깊이를 k로 세는 방식을 단계 추론(level-k reasoning)이라고 한다.

단계는 머리가 좋고 나쁨을 재는 자가 아니다. 남들이 얼마나 생각할 것 같은지에 대한 내 짐작을 재는 자다. 1단계는 남들을 아무 계산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2단계는 남들이 1단계까지는 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같은 사람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단계를 적는 것이 오히려 맞다.

사다리 값은 직접 찍어 보는 쪽이 빠르다.

# 기준점 50에서 2/3을 k번 곱한 자리
from fractions import Fraction

x = Fraction(50)
for k in range(7):
    print(f"{k}단계  {float(x):6.2f}   (정확값 {x})")
    x = x * Fraction(2, 3)
0단계   50.00   (정확값 50)
1단계   33.33   (정확값 100/3)
2단계   22.22   (정확값 200/9)
3단계   14.81   (정확값 400/27)
4단계    9.88   (정확값 800/81)
5단계    6.58   (정확값 1600/243)
6단계    4.39   (정확값 3200/729)

사다리를 계속 내려가면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앞 절에서 본 이론적 답이 이 사다리의 끝이다. 남은 질문은 실제 사람들이 이 사다리의 어느 단계에서 멈추느냐다.

답은 여기서 미리 말해 둔다. 사람들은 대개 1단계나 2단계에서 멈춘다. Nagel의 p=1/2·p=2/3 세션 첫 라운드에서는 전체 선택의 거의 절반이 1단계나 2단계 근방에 몰렸다. 3단계 이상을 고른 비율은 세션마다 6~10%에 그쳤다(1995 §IV-A).

그래서 실제로 이기는 수는 사다리 끝의 0이 아니라 중간쯤이다. 신문 독자 수천 명이 참가한 실험 세 판의 우승 수는 13·14.7·16.99로, 셋 다 13에서 17 사이에 들어왔다. 실험실은 그보다도 얕았다. 학부생 67명의 첫 라운드 평균은 36.73이었고, 그 평균의 2/3인 과녁은 24.49다 — 사다리로 1.8단계다.

케인스 미인대회 실측 — 실험실 67명부터 신문 수천 명까지

이 숫자들은 성격이 다른 두 실측에서 나왔다 — 통제된 실험실과 신문 지면이다. Nagel의 실험실은 학부생을 15~18명씩 묶어 세션을 돌렸다. p=2/3 세션은 넷, 참가자는 합쳐서 67명이다. 라운드마다 우승자에게 20마르크를 상금으로 줬고, 여럿이 동점이면 나눠 가졌다. 첫 라운드의 평균은 36.73, 중앙값은 33이었다.

중앙값 33은 사다리의 1단계(33.33)와 거의 같다. 반대쪽 끝은 비어 있었다. p=2/3과 p=1/2 세션을 통틀어 0을 고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10 미만을 고른 비율도 6%였다.

신문 실험은 규모가 다르다. 파이낸셜 타임스 1,476명, 슈펙트룸 2,728명, 엑스판시온 3,696명이 같은 규칙으로 수를 적어 냈다.

상금은 뉴욕 또는 시카고 왕복 항공권 두 장, 1,000마르크, 10만페세타였다. 세 판의 평균은 18.91·22.08·25.47, 우승 수는 13·14.7·16.99였다. 평균에 2/3을 곱해 얻은 값은 이 글에서 과녁이라고 부르고, 소수 둘째 자리까지 적는다.

이 글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두 수가 나온다. 하나는 논문이 보고한 우승 수(13·14.7·16.99)로, 실제로 상을 받은 사람이 적어 낸 값이다. 다른 하나는 평균의 2/3을 계산한 과녁(12.61·14.72·16.98)이다. 둘은 대개 소수점 아래에서만 갈리지만 같은 값이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수만 받았기 때문에 과녁 12.61에 가장 가까운 정수인 13이 이겼다.

신문 세 판과 실험실 한 판의 평균과 착지점을 항목별로 나란히 찍은 그림. 왼쪽 점이 평균, 오른쪽 점이 신문의 우승 수와 실험실의 중앙값이다
그림 1. 네 판의 평균(왼쪽 점)과 착지점(오른쪽 점). 신문 세 판은 우승 수, 실험실은 우승자 기록이 없어 중앙값을 찍었다.

그림 1를 사다리 눈금으로 읽으면 자리가 분명해진다. 신문 세 판의 평균은 각각 사다리의 2.4·2.0·1.7단계에 있고, 그 평균에서 계산한 과녁은 3.4·3.0·2.7단계에 있다. 실험실 첫 라운드는 평균이 0.8단계, 과녁이 1.8단계로 한 계단쯤 얕다.

여기서 이 게임의 성격이 드러난다. 슈펙트룸과 엑스판시온은 고른 이유도 함께 적어 달라고 청했다 — 의무는 아니었다. 설명을 아예 조건으로 요구한 쪽은 파이낸셜 타임스인데, 그 설명은 연구팀 손에 남지 않았다. 두 신문에서 모인 설명 786건 가운데 55%가 "남들은 50쯤 낼 테니 그 2/3을"이라는 식의 단계 추론이었다(Bosch-Domènech 연구팀 2002, Table 2). 그리고 그 설명 안에서 균형까지 스스로 도달한 사람이 422명이다.

그 422명 중 81%가 균형보다 큰 수를 냈다. 정답을 스스로 찾아낸 사람들이 그 답을 적지 않은 것이다. 이유도 설명에 함께 적혀 있었다 — 남들은 거기까지 안 갈 테니까.

균형을 고른 비율 자체가 어느 집단에서도 높지 않았다. 실험실에서는 앞서 본 대로 0을 고른 사람이 없었다. 신문에서도 균형을 고른 비율은 신문 하나하나로 보면 3~4%에 그쳤다 — 엑스판시온이 3%, 슈펙트룸이 4%다. 엑스판시온은 1부터 100까지만 받아서 그 판의 균형은 0이 아니라 1이다. 세 신문을 하나로 묶으면 그 비율이 6%로 올라가는데, 파이낸셜 타임스가 끌어올린 값이다. 게임이론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학회에 모인 게임이론가·경제학자들에게 같은 게임을 돌렸을 때도 균형을 고른 비율은 15%였다.

네 번을 반복해도 깊이는 안 는다

한 번 해 보면 요령이 붙지 않을까? Nagel의 실험은 같은 집단에게 같은 게임을 네 라운드 연달아 시켰다. 그 반복이 이 질문에 답한다.

라운드마다 평균은 내려갔다. p=2/3 세션 넷의 평균을 다시 단순평균으로 묶으면 36.68 → 23.90 → 15.90 → 9.22가 된다. 내려가는 폭을 사다리의 계단 수로 환산해 보자. 한 라운드 만에 직전 평균의 2/3까지 내려가면 한 계단, 2/3을 두 번 곱한 만큼 내려가면 두 계단이다. 묶은 평균에서는 1.06 → 1.01 → 1.34계단이었다.

라운드 1에서 4까지 평균이 내려가는 선 그림. 각 구간에 계단 수 주석이 붙어 있고, 가장 가파른 세션 하나가 겹쳐 그려져 있다
그림 2. 네 세션을 묶은 라운드별 평균(주 계열)과 구간별 계단 수. 겹쳐 그린 S5는 네 세션 중 가장 가파르게 내려간 판이다.

세션별로 보면 편차가 크다. 그림 2에 겹쳐 둔 S5는 37.7 → 20.2 → 10.0 → 3.2로 내려가 가장 가팔랐고 마지막 구간이 2.81계단이었다. 반대로 S4는 39.7 → 28.6 → 20.2 → 16.7로 가장 완만해 마지막 구간이 0.47계단에 그쳤다. 열두 개 구간을 모두 모으면 중앙값은 1.16계단, 범위는 0.47에서 2.81까지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람들이 라운드를 거듭하며 점점 깊이 생각하는 것처럼 읽힌다. Nagel은 그 해석을 직접 검사했다. 직전 라운드의 평균을 기준점으로 놓고 개인별 단계를 다시 세었더니, 최빈 단계는 네 라운드 내내 2단계였다. 대부분의 세션과 라운드에서 관측의 80% 이상이 0단계에서 3단계 사이에 들어왔다. 논문은 추론 깊이가 깊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적었다(§IV-B).

"평균이 라운드마다 한 계단씩 내려간다"와 "최빈 단계는 2단계에 고정돼 있다"는 서로 다른 집계다. 앞의 계단 수는 집단 평균이 직전 평균 대비 얼마나 내려갔는지를 재계산한 값이고, 뒤의 2단계는 Nagel이 개인별 선택을 직전 라운드 평균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의 최빈값이다(Table 2). 두 축이 어긋나 보이는 원인은 둘이다. 직전 평균 위에 남는 선택이 라운드마다 6~13% 있고, 0~1단계를 고른 사람들이 평균을 위로 끌어올린다.

내려간 것은 기준점이지 사고의 깊이가 아니다. 네 라운드를 돌고 나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전에 남들이 낸 수의 2/3"쯤을 적고 있었다. 그렇다면 0은 대체 언제 이기는 수가 되나?

0이 이기려면 세상 몇 %가 0이어야 하나

실험 데이터에는 0이 흔한 세계가 없으니 합성 인구를 만들어 직접 돌려 봤다. 설계는 단순하다. 3,000명을 세우고, 그중 비율 q에게 0을 적게 한다. 나머지 1−q는 1단계인 33.33 근방을 적는다(정규 잡음, 표준편차 3). q를 0.00부터 1.00까지 0.05 간격 스물한 점으로 훑고, 각 점마다 난수 시드 스무 개를 돌려 평균을 냈다.

과녁은 여기서도 전체 평균의 2/3이다. 0을 적은 사람은 평균에 아무것도 보태지 않는다. 그래서 평균은 1−q에 기준 단계 값을 곱한 값이 되고, 과녁은 다시 그 2/3이 된다.

(2) $$ T(q) = \frac{2}{3}\,(1-q)\,x $$

식 2에서 x는 0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서 있는 기준 단계의 값이다. 여기서는 33.33이다. 스윕에서 과녁은 q=0일 때 22.22, q=0.5일 때 11.10, q=0.7일 때 6.66이었다. 이제 후보 넷을 세워 놓고 누가 과녁에 가장 가까운지 본다. 1단계(33.33), 2단계(22.22), 3단계(14.81), 그리고 0이다.

0을 고르는 인구 비율에 따라 이기는 후보의 단계가 올라가는 산점도. 오른쪽 위에 0이 이기기 시작하는 구간이 영역으로 표시돼 있다
그림 3. 0을 적는 인구 비율 q에 따른 승자의 단계. q가 0.70에 닿기 전까지는 3단계 근방이 이기고, 그 위에서 0이 이긴다.

그림 3가 보여주는 경로는 이렇다. q가 0.15까지는 2단계가 이기고, 0.20에서 0.65까지는 3단계가 이긴다. 0이 이기기 시작하는 것은 q가 0.70에 닿고 나서다. 잡음을 빼고 경계를 손으로 풀면 문턱은 0.667, 정확히 3분의 2다.

0을 적는 사람이 늘수록 과녁이 내려가는 것은 맞다. 그런데 과녁이 내려가면 3단계도 같이 유리해진다. 3단계 값 14.81은 제자리에 있는데 과녁이 그 위에서 내려오기 때문이다. 둘 사이가 좁아지는 동안은 3단계가 계속 이긴다. 0이 앞서려면 과녁이 0과 14.81의 한가운데인 7.4보다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과녁이 그 아래에 있어야 14.81보다 0이 더 가깝기 때문이고, 그 지점이 바로 인구의 3분의 2다.

남들이 한 계단 더 깊은 세계로 바꿔 돌려도 결론은 비슷하다. 나머지 사람들이 2단계(22.22) 근방에 서 있다고 놓으면 문턱은 0.50까지 내려간다. 그래도 절반은 넘어야 한다.

실제 값 하나를 넣어 보자. 슈펙트룸의 평균 22.08에서 과녁은 14.72다. 후보 넷이 과녁에서 떨어진 거리는 1단계 18.61, 2단계 7.50, 3단계 0.09, 그리고 0은 14.72다. 3단계가 이긴다. 그 판의 실제 우승 수 14.7이 3단계 값 14.81 바로 옆이었다.

판별 도구 — 남들의 단계를 먼저 재라

처음에 골라 둔 수를 다시 꺼낼 차례다. 할 일은 세 가지인데, 셋 다 지금까지 나온 값만 가지고 앉은자리에서 할 수 있다. 순서대로 짚어 보자.

첫째, 내 수가 몇 단계인지 센다. 50에 2/3을 몇 번 곱해야 그 수가 되는지를 세면 되고, 계산은 $\log(x/50)/\log(2/3)$ 한 줄이다. 20을 골랐다면 2.3단계, 33 근처면 1단계, 15 근처면 3단계다. 로그가 부담스러우면 앞의 사다리 출력을 옆에 놓고 눈으로 짚어도 된다 — 내가 고른 수가 어느 두 칸 사이에 있는지만 보면 단계는 나온다. 이 값이 3에 닿거나 그 위라면, 실험 참가자의 6~10%만 서 있던 자리다.

둘째, 남들의 단계 분포를 먼저 잰다. 신문 실험에는 실제로 그렇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인을 상대로 예비 실험을 돌려 본 참가자가 마흔 명이었는데, 그중 31%가 12에서 17 사이를 골랐다. 논문이 세 신문의 과녁 12.61·14.72·16.98을 모두 담는 가장 작은 정수 구간으로 잡은 자리다. 전체 참가자에서 같은 구간을 고른 비율은 11%였다. 마흔 명이 남들의 머릿속을 더 잘 본 게 아니라, 남들에게 직접 물어봤을 뿐이다.

셋째, 정답에서 멈추지 않는다. 0을 적는 것은 남들 대다수도 0을 적는다는 데 거는 일이고, 앞의 스윕은 그 "대다수"가 얼마인지 수로 준다. 3분의 2다. 앞서 본 이론가 집단에서는 균형을 고른 사람이 15%였다. 이론을 아는 쪽이 정답에서 더 자주 멈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그 멈춤은 이득이 아니었다.

그럼 어디서 멈추는 게 맞나? 합성 인구가 준 답은 남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계단이다. 남들이 1단계에 모여 있으면 2단계가 이겼고, 남들이 한 계단 더 깊은 2단계에 모여 있으면 3단계가 이겼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득은 아니고, 남들이 함께 내려온 만큼만 이득이다.

승자의 저주를 다룬 앞 편에서 이긴 값은 가장 높이 부른 추정이었고, 여기서 이긴 수는 남들이 멈춘 자리다.

이제 맨 처음 고른 수를 사다리 눈금에 대 보고 몇 단계인지 세어 보자. 앞서 본 대로 실험실은 1~2단계에 몰렸다. 3단계 이상을 고른 사람은 6~10%였다. 신문 세 판의 과녁이 놓인 자리는 2.7단계에서 3.4단계 사이였다. 그러니 마지막에 물을 것은 내 수가 옳으냐가 아니라, 남들이 선 자리에서 내 수가 몇 계단 위인지 아래인지다. 남들보다 두 계단 위에 서 있으면 정확한 답을 들고도 진다.

이 글은 검증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더 읽기

  • Nagel, Rosemarie, "Unraveling in Guessing Games: An Experimental Study", American Economic Review 85(5), 1995, pp. 1313–1326. https://extranet.parisschoolofeconomics.eu/docs/guesnerie-roger/nagel95.pdf — 실험실 수치(첫 라운드 평균 36.73·중앙값 33, 네 라운드 평균, 최빈 단계 2)는 전부 이 논문에서 옮겼다.
  • Bosch-Domènech, Antoni, José G. Montalvo, Rosemarie Nagel, and Albert Satorra, "One, Two, (Three), Infinity, …: Newspaper and Lab Beauty-Contest Experiments", American Economic Review 92(5), 2002, pp. 1687–1701. https://doi.org/10.1257/000282802762024737 — 신문 세 판의 참가자 수·평균·우승 수와 코멘트 분류가 여기 있다.
  • Keynes, John Maynard,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Macmillan, 1936, ch. 12. https://www.marxists.org/reference/subject/economics/keynes/general-theory/ch12.htm — 미인 투표 대회 비유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