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도 $K=\sigma\sqrt{nC}$는 종의 수 n, 두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확률 C, 그 영향의 평균 세기 σ 셋을 묶은 값이다. 1972년 로버트 메이는 이 값이 1을 넘으면 무작위로 얽힌 생태계가 거의 확실히 무너진다는 것을 랜덤 행렬 하나로 보였다. 그런데 2016년 실제 먹이망 116개를 검사하자 이 값은 안정성을 사실상 예측하지 못했다 — 무너지는 것은 복잡해서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연결돼서였다.
다양성이 안정을 보장한다는 상식, 두 쪽짜리 논문이 뒤집다

수족관에 물고기를 한 종만 넣으면 그 종이 병드는 날 수조가 끝난다. 종류를 늘려 놓으면 하나가 흔들려도 나머지가 받쳐 준다. 텃밭도 마찬가지라고들 하고, 1960년대까지 생태학이 붙들고 있던 합의도 같은 방향이었다. 종이 많고 서로 얽힌 정도가 클수록 생태계는 튼튼하다는 것이다.
1972년, 로버트 메이는 이 합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실었다. 분량은 두 쪽, 실린 곳은 『네이처』, 그리고 생태 관측 데이터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종들의 상호작용을 숫자로 채운 행렬 하나를 무작위로 만들어 놓고, 그 행렬이 안정적일 확률을 계산했다. 답은 합의와 정반대였다. 종을 늘리고 서로 더 많이 얽을수록 계가 흔들림에서 되돌아올 확률은 떨어졌고,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사실상 0이 됐다.
여기서 조건 하나가 함께 들어갔는데, 반박이 워낙 선명해서 그 조건은 오래 눈에 띄지 않았다. 메이가 만든 행렬은 무작위였다. 어느 종이 어느 종을 잡아먹는지, 서로 돕는지 다투는지를 동전 던지듯 정한 세계다. 먼저 1972년의 판정식을 직접 굴려 본다. 그다음 2012년에 가정 하나를 풀었을 때 한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2016년에 실제 먹이망을 대입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차례로 확인한다.
복잡도 K, 그리고 답은 이미 나온다
안정하다는 말부터 정해 두자. 종마다 개체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누군가를 조금 밀었다고 하자. 개체수가 원래 값으로 되돌아오면 안정, 점점 멀어지면 불안정이다. 밀린 방향이 어디냐에 따라 되돌아오는 속도는 다르다. 그 방향별 속도를 한꺼번에 알려 주는 값이 상호작용 행렬의 고윳값이다.
고윳값은 복소수라 평면 위의 점으로 찍힌다. 가로축은 얼마나 빨리 되돌아오는가로, 음수면 되돌아오고 양수면 멀어진다. 세로축은 되돌아오는 동안 얼마나 출렁이는가다. 그래서 판정은 간단해진다 — 점이 전부 세로축 왼쪽에 있으면 안정이고, 하나라도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그 방향은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다.
메이가 채운 행렬은 세 숫자로 요약된다. 종의 수 n, 두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확률 C, 그 영향의 평균 세기 σ다. 대각선에는 −1을 넣었는데, 어떤 종이든 혼자 두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자기조절을 뜻한다. 이렇게 만든 행렬의 고윳값 n개는 평면에 아무렇게나 흩어지지 않는다. 중심이 −1이고 반지름이 σ√(nC)인 원판을 고르게 채운다. 원판의 오른쪽 끝이 세로축을 넘느냐가 곧 안정 여부이므로, 판정은 반지름과 1의 비교로 줄어든다.
식 1가 이 글의 답이다. 종이 몇이든, 얼마나 얽혔든, 세기가 얼마든 이 하나의 값이 1을 넘으면 그 계는 거의 확실히 무너진다. 종의 수를 늘리는 것은 K를 키우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 다양성 자체가 안정을 사 주지는 않는다.
원판이 정말 그렇게 놓이는지는 직접 굴려 보면 된다. 종 250개, 연결 확률 0.5로 행렬을 만들고 세기 σ만 바꿔 가며 고윳값을 찍었다. K가 0.559일 때 실측한 가장 오른쪽 고윳값은 평균 −0.447로, 예측값 −0.441과 거의 같았다. K를 1.677까지 올리자 +0.647이 나와 세로축을 확실히 넘었다. 임계에 정확히 맞춘 K=1.000에서는 −0.018이 나왔는데, 시행 20회의 표준편차가 0.033이라 사실상 0과 구분되지 않는 값이다.
그림 1에서 가운데 패널이 임계다. 원판의 오른쪽 끝이 임계선에 닿아 있고, 몇 개의 점은 이미 선을 넘었다. 세 패널 모두 점이 원판을 빈틈없이 채우는데, 종 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n이 클수록 전이는 날카로워진다
"거의 확실히"라는 말에는 단서가 붙는다. 종이 몇 개뿐인 계에서는 K가 1보다 작아도 불안정한 행렬이 더러 나오고, 1을 넘겨도 멀쩡한 행렬이 흔히 나온다. 이 흐릿함이 종 수가 늘면서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를 재 봤다.
K를 0.05 간격으로 훑으면서 안정한 행렬의 비율을 셌다. 종 10개와 50개는 K마다 400번씩, 250개는 100번씩 돌렸다. 안정 확률이 0.9에서 0.1로 떨어지는 구간의 폭은 종 10개에서 1.17, 50개에서 0.27, 250개에서 0.11이었다. 확률이 절반이 되는 지점도 1.45에서 1.08을 거쳐 1.02로 내려와 임계에 붙었다.
그림 2의 세 곡선을 보면 계가 커질수록 곡선이 서는 것이 보인다. 종 10개짜리 곡선은 완만한 비탈이고, 250개짜리는 임계선 위에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고윳값 개수가 곧 종의 수라서 그렇다.
종이 10개면 원판을 채우는 점도 10개뿐이다. 오른쪽 끝이 어디까지 뻗을지가 뽑기마다 크게 흔들린다. 250개가 되면 점들이 원판 가장자리를 촘촘히 채워, 실제 끝이 예측한 반지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큰 계에서 K=1은 흐릿한 경계가 아니라 칼날 같은 경계다. 앞 절에서 임계에 맞춘 실측값의 표준편차가 0.033에 그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이 칼날은 메이가 행렬을 채운 방식 위에서만 서 있다.
같은 숫자, 다른 부호 — Allesina·Tang의 타원
메이의 행렬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가정이 하나 더 있다. i가 j에게 주는 영향과 j가 i에게 주는 영향을 따로따로, 서로 무관하게 뽑았다는 것이다. 실제 생태계는 그렇지 않다. 여우가 토끼를 잡아먹으면 여우 쪽 영향은 플러스, 토끼 쪽 영향은 마이너스로 부호가 반드시 반대다. 서로 돕는 사이라면 둘 다 플러스이고, 자원을 두고 다투는 사이라면 둘 다 마이너스다.
2012년 스테파노 알레시나와 시 탕은 이 가정 하나만 풀었다. 쌍의 두 값이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상관 τ로 두면, 고윳값이 채우는 도형은 원판이 아니라 타원이 된다. 부호가 반대인 쌍(포식-피식)은 타원이 세로로 길어져 가로 반축이 줄어든다. 부호가 같은 쌍(상리·경쟁)은 반대로 가로로 길어져 반축이 늘어난다. 안정 여부는 가로로 얼마나 뻗었는지만 보므로, 같은 세기·같은 연결 확률에서도 한계가 갈린다.
식 2의 a가 타원의 가로 반축이다(S는 앞의 종 수 n과 같은 양으로, 이 논문의 표기를 따랐다).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안정이다. 포식-피식은 τ가 음수라 a가 작아지고, 상리·경쟁은 τ가 양수라 커진다.
세기 0.5, 연결 확률 0.1, 자기조절 −1로 고정하고 안정 한계 종수를 계산해 보자. 상리·경쟁이 15종, 무작위가 40종, 포식-피식이 303종이다. 무작위 배선을 기준으로 삼으면 포식-피식은 303/40 = 7.6배를 버티고, 상리·경쟁과 견주면 303/15 = 20배 차이가 난다. 계수는 하나도 바꾸지 않고 부호를 묶는 방식만 바꾼 결과다.
이 위계가 실제로 나오는지도 굴려 봤다. 종 수 S를 올려 가며 배열마다 200번씩 돌려, 안정 확률이 0.5를 지나는 지점을 찾았다. 상리·경쟁 17종, 무작위 34종, 포식-피식 310종이 나왔다. 해석식의 15·40·303과는 15% 안팎으로 어긋나는데, 유한한 S에서는 전이가 앞 절에서 본 폭만큼 번지기 때문이다. 순서와 간격은 그대로 재현됐다.
그림 3의 세 패널은 계수가 전부 같다. 가운데의 무작위 배열만 원판이다. 왼쪽은 임계선을 크게 넘어가도록 가로로 눕고, 오른쪽은 세로로 서면서 임계선 안쪽으로 물러난다.
실제 먹이망 116개는 May의 세계 밖에 있다
식이 아니라 자연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2016년 자케(C. Jacquet) 연구팀은 관측된 먹이망 116개를 메이의 판정식에 그대로 대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데이터셋이었고, 종 수는 6에서 54 사이였다.
결과는 관계가 없다는 쪽이었다. 관계의 세기는 결정계수로 재는데, 0이면 무관하고 1이면 완전히 설명된다는 뜻이다. 종 수와의 결정계수는 10⁻⁵보다 작았고, 연결도는 10⁻⁶보다 작았다. 상호작용 세기 σ와의 결정계수는 0.02, 세 값을 묶은 복잡도 σ√(SC)와는 0.04로 조금 나았지만 예측이라고 부를 값은 아니다. 메이의 판정식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랜덤 행렬에서 그 식은 지금도 정확히 성립한다. 자연의 먹이망이 그 무작위 세계 밖에 있을 뿐이다.
연구팀은 어디가 다른지 치환으로 짚었다. 쌍의 부호 상관을 지우자 복잡도와 안정성의 결정계수가 0.2로 올라갔다. 상호작용 세기의 분포(실제로는 약한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를 정규분포로 바꾸는 치환에서는 0.65가 됐다. 둘 중 어느 한쪽을 지운 치환에서 메이식 관계가 되살아났고, 행 구조나 연결 위상만 지운 치환에서는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서 다룬 안정성은 균형점 근처의 국소적 판정이고, 데이터도 포식-피식 관계만 담는다는 한계는 연구팀이 밝혔다.
메이는 논문에서 12종을 성기게 연결한 계보다 4종씩 세 덩어리로 묶은 계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따름정리를 들었다. 다만 그 자신이 질적인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 같은 설정을 재현해 보면 자기조절 세기나 분포를 어떻게 바꿔도 그가 적은 만큼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은 블록 구조를 본문에서 다루지 않는다.
개수가 아니라 배선을 본다
50년 된 정리는 이렇게 다시 읽힌다. 복잡계가 불안정한 게 아니라, 무작위로 배선된 복잡계가 불안정하다. 종의 수는 K를 키우는 세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같은 세기·같은 연결 확률에서도 부호를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버티는 종 수가 20배까지 벌어진다.
그러면 자연은 무엇으로 안정을 사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답은 두 가지를 가리킨다. 포식-피식으로 방향이 정해진 부호쌍, 그리고 약한 상호작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기 분포다. 자케 연구팀의 치환에서는 세기 분포 쪽 효과가 더 컸지만, 두 요인이 실제 먹이망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지는 아직 열려 있다.
공급망이나 조직도, 마이크로서비스처럼 많이 연결된 시스템에도 같은 부등식을 대 보고 싶어진다. 다만 여기서 다룬 논문들은 그 이식을 검증한 적이 없고, 저자들도 열린 질문으로 남겨 두었다. 그래도 무엇부터 세어야 하는지는 바뀐다. 연결의 개수를 세기 전에 연결의 부호와 세기 분포를 먼저 물어야 한다.
같은 포식-피식 관계를 종 둘로 좁혀 궤적까지 따라간 것이 이 블로그의 포식자-피식자 위상공간 편이다. 거기서 로트카-볼테라는 궤적의 평균과 주기까지만 맞혔다. 여기서 안 맞는 것은 그보다 한 층 위, 안정성 자체의 판정식이다.
더 읽기
- R. M. May, "Will a Large Complex System be Stable?", Nature 238, 413–414 (1972). https://doi.org/10.1038/238413a0
- S. Allesina & S. Tang, "Stability criteria for complex ecosystems", Nature 483, 205–208 (2012). https://doi.org/10.1038/nature10832
- C. Jacquet et al., "No complexity–stability relationship in empirical ecosystems", Nature Communications 7:12573 (2016). https://doi.org/10.1038/ncomms12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