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폭포 항아리 실험 — 앞사람 둘의 선택이 같으면 셋째부터는 내 정보를 버리는 게 합리적이다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는 사람들이 각자 정보를 하나씩 들고 순서대로 공개 결정을 내릴 때, 앞선 결정 둘이 같은 쪽으로 기울면 그 뒤 사람들이 자기 정보와 무관하게 같은 쪽을 고르게 되는 현상이다. 항아리 실험을 2만 주기 굴려 보면 폭포는 절반 넘게 세 번째 사람에서 시작한다. 시작된 폭포 다섯 개 중 하나는 틀린 쪽으로 굳는다.

국숫집 두 곳, 앞사람 둘의 선택

줄을 선 사람들이 오른쪽 가게로 들어가고, 머리 위 항아리 아이콘이 뒤로 갈수록 흐려지는 장면

처음 가는 동네에서 나란히 붙은 국숫집 두 곳을 만났다고 하자. 미리 찾아본 후기는 왼쪽이 낫다고 했는데, 바로 앞사람 둘이 연달아 오른쪽 가게로 들어간다. 어느 쪽으로 들어가는 게 맞을까.

오른쪽을 고르는 것은 소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앞사람 둘도 각자 나름의 근거를 들고 왔을 테고, 그 근거 둘이 내 후기 하나보다 무겁다면 따라가는 쪽이 계산상 맞다. 정작 내게 보이는 것은 그들의 근거가 아니라 발걸음뿐이다. 그 발걸음 하나에 근거가 한 조각씩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문제는 사람들이 계산을 못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계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생긴다.

이런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려면 각자가 가진 정보의 정확도를 알아야 하는데, 후기나 소문은 그 값을 매길 수가 없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국숫집 대신 항아리와 공을 쓴다. 공 하나가 참을 가리킬 확률을 2/3처럼 딱 정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 계산을 항아리 규칙 하나로 옮긴 다음, 게임을 2만 주기 굴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한다.

정보 폭포 항아리 실험 — 세기 규칙과 답부터

Anderson·Holt의 1997년 논문에 실린 실험 설정은 이렇다. 항아리 A에는 a공 2개와 b공 1개가, 항아리 B에는 반대로 a공 1개와 b공 2개가 들어 있다. 주사위로 둘 중 하나를 고르지만 참가자는 어느 쪽이 뽑혔는지 모른다. 여섯 명이 차례로 그 항아리에서 공을 하나씩 꺼내 자기만 보고 도로 넣은 뒤, 어느 항아리인지를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예측한다. 맞히면 2달러를 받는다.

각자 손에 쥔 정보는 공 하나뿐이다. 그 공이 참 항아리를 맞게 가리킬 확률은 2/3이고, 대신 앞사람들이 뭐라고 예측했는지는 전부 들었다. 국숫집 앞에서와 같은 상황을 규칙으로 좁혀 놓은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계산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앞사람이 A라고 말했다면 그 사람은 a공을 봤다는 뜻이고, B라고 말했다면 b공을 봤다는 뜻이다. 즉 남의 결정을 거꾸로 읽어 공을 세면 된다.

단 이렇게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자기 공을 근거로 말한 결정뿐이다. 앞사람을 따라가느라 자기 공을 쓰지 않은 결정은 아무 공도 보여 주지 않으므로, 뒤에 선 사람은 그 말을 듣고도 셀 것이 없다. 여섯 명이 차례로 말해도 세어야 할 공은 그보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드러난 공’이라고 하면 이렇게 세어 남은 공만 가리킨다. 국숫집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 앞사람 열 명이 줄을 섰다고 해서 그 줄이 근거 열 조각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확인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a공 수에서 b공 수를 뺀 값을 차이라고 부르자. 차이가 0이거나 ±1이면 내 공 하나가 판단을 뒤집을 수 있으니 내 공을 따른다. 차이가 2 이상 벌어지면 내 공 하나로는 못 뒤집으니 다수 쪽을 말한다. 베이즈 정리를 제대로 적용한 결과가 정확히 이 세기 규칙과 같다.

그러면 앞의 두 사람이 같은 답을 낸 순간 차이는 곧바로 2가 된다. 세 번째 사람부터는 자기 공이 무엇이든 앞의 둘을 따르는 편이 이득이 크다. 정보 폭포가 시작되는 자리가 여기다. 세 번째 사람이 무슨 공을 봤는지는 그의 예측에서 읽어낼 수 없고, 그다음 사람도 같은 처지가 된다. 차이는 2에 머문 채 줄만 길어진다.

결과부터 말한다. 신호 정확도가 2/3일 때 첫 두 사람이 같은 답을 낼 확률은 5/9, 그러니까 55%다. 폭포는 절반 넘게 세 번째 사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폭포가 참 항아리를 맞게 가리킬 확률은 5분의 4다.

앞의 두 사람이 같은 답을 냈다면 둘 다 맞았거나 둘 다 틀렸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맞을 확률을 그 두 경우의 합으로 나누면 폭포가 옳을 확률이 나온다. 공 하나가 참을 맞게 가리킬 확률을 $p$라고 쓰면 식은 이렇게 된다.

(1) $$ \frac{p^2}{p^2 + (1-p)^2} $$

식 1의 $p$에 2/3을 넣으면 4/5다. 시작된 폭포 다섯 개 중 하나는 틀린 쪽으로 굳는다는 뜻이다. 이 값은 폭포의 정확도 천장이기도 한데, 그건 뒤에서 확인한다. 먼저 한 주기를 그대로 찍어 보면 규칙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인다. 아래는 그런 장면이 보이도록 고른 한 주기다 — 참 항아리가 B인데 앞의 두 사람이 a공을 뽑았다.

import random

random.seed(20260823)
truth = random.choice(["A", "B"])            # 주사위로 고른 참 항아리
diff = 0                                     # 공개된 결정에서 읽어낸 a 수 - b 수
for i in range(1, 7):
    ball = truth if random.random() < 2 / 3 else ("B" if truth == "A" else "A")
    mine = 1 if ball == "A" else -1
    if abs(diff) >= 2:                       # 내 공 하나로는 못 뒤집는다
        say, kept = (1 if diff > 0 else -1), False
    else:                                    # 내 공이 판단을 바꾼다
        say, kept = mine, True
        diff += mine
    mark = "" if kept else "   <- 자기 공을 버림"
    print(f"{i}번째: 공 {ball} -> 예측 {'A' if say > 0 else 'B'}, 누적 차이 {diff}{mark}")
print("참 항아리:", truth)
1번째: 공 A -> 예측 A, 누적 차이 1
2번째: 공 A -> 예측 A, 누적 차이 2
3번째: 공 A -> 예측 A, 누적 차이 2   <- 자기 공을 버림
4번째: 공 A -> 예측 A, 누적 차이 2   <- 자기 공을 버림
5번째: 공 B -> 예측 A, 누적 차이 2   <- 자기 공을 버림
6번째: 공 B -> 예측 A, 누적 차이 2   <- 자기 공을 버림
참 항아리: B

세 번째부터는 아무도 자기 공을 쓰지 않았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참 항아리를 가리키는 b공을 손에 들고도 A라고 말했다. 그 두 개의 공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졌다. 누적 차이가 2에서 멈춰 있는 것이 그 사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 뒤의 네 사람이 무슨 공을 봤는지 이 숫자는 모른다. 여섯 명이 한목소리로 같은 답을 냈지만 그 답을 떠받치는 정보는 처음 두 개뿐이다. 주기 열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으면 같은 모양이 되풀이된다.

주기 12개의 결정을 행으로 늘어놓은 격자. 칸 색은 A/B 결정, 점은 자기 공과 어긋난 결정
그림 1. 여섯 명이 차례로 예측한 주기 12개. 칸 색이 결정, 칸 안 점은 자기 공과 어긋난 결정이고, 굵은 테두리는 폭포가 시작된 자리다.

그림 1에서 점이 찍힌 칸이 자기 공을 버린 사람이다. 점은 굵은 테두리를 친 자리, 곧 폭포가 시작된 자리부터만 나타난다. 한 줄이 한번 한쪽 색으로 넘어가면 그 줄은 끝까지 그 색으로 간다.

폭포가 버리는 정보의 양

줄이 길어지면 정확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 수를 30명으로 늘려 2만 주기를 굴려 봤다. k번째 사람의 정답률은 1번째 66.9%, 3번째 74.2%, 10번째 80.0%, 30번째 80.5%였다. 세 번째 사람 이후로는 사실상 오르지 않는다. 앞서 계산한 4/5가 이 천장이다.

같은 30명이 각자 본 공을 전부 공개하고 다수결을 했다면 정답률은 96.9%다. 순서대로 한 명씩 말하게 했을 뿐인데 답이 그만큼 나빠진다. 80.5%와 96.9%의 차이가 폭포가 지운 정보의 양이다.

몇 번째 사람인지에 따른 정답률 두 계열 — 폭포 세계와 공을 전부 모았을 때
그림 2. p=2/3에서 k번째 사람의 정답률. 폭포 세계는 세 번째 사람 이후 80% 근처에서 멈춘다.

그림 2에서 두 곡선이 벌어지는 폭이 그 손실이다. 위는 공을 전부 모았을 때, 아래는 순서대로 공개하기만 했을 때 닿는 곳이다. 순서대로 말하는 줄은 아래쪽 선에 갇힌다.

사람 수를 늘려도 줄지 않는 틀린 폭포

그렇다면 사람을 더 세우면 어떻게 될까. 신호 정확도 $p$를 0.525에서 0.975까지 바꿔가며 6명짜리 줄과 20명짜리 줄을 각각 1만 주기씩 굴렸다. 나온 주기를 맞는 폭포·틀린 폭포·폭포 없음 세 갈래로 나눠 세어 봤다.

신호 정확도에 따른 결과 구성 누적 영역 — 맞는 폭포·틀린 폭포·폭포 없음
그림 3. n=6에서 신호 정확도 p에 따른 결과 구성. 세로선이 실험 설정인 p=2/3이다.

그림 3에서 세로선 바로 오른쪽 격자점(p=0.675)을 보면 맞는 폭포 74.7%, 틀린 폭포 16.8%, "폭포 없음" 8.5%로 갈린다. 같은 계산을 20명으로 늘리면 폭포 없음 영역은 0.1%까지 줄어든다. 그런데 틀린 폭포 비율은 19.5%로 줄지 않고 오히려 조금 늘었다. 폭포 없음이 맞는 폭포와 틀린 폭포로 나뉘어 갔을 뿐이다.

실험실에서도 같았다 — Anderson·Holt(1997) 대조

지금까지는 전부 시뮬레이션이다. 실제 사람으로 돌린 결과와 맞춰 보자. Anderson·Holt는 학부생 72명을 데리고(대칭·비대칭 설계 12세션 전체) 이 게임을 시켰다.

대칭 설계 90주기 가운데 누군가의 최적 결정이 자기 공과 어긋나는 "폭포 가능" 주기는 56개였다. 시뮬레이션이 낸 값 62.4%는 실험의 56/90=62.2%와 사실상 같았다.

갈리는 곳은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느냐다. 그 56주기 중 41주기에서 실제로 폭포 행동이 나왔고, 최적 결정이 자기 공과 어긋난 결정 기회 가운데 26%에서 자기 공을 고집하는 이탈이 나왔다. 이 이탈률을 시뮬레이션에 넣자 행동 관찰률이 77.7%로 실험의 73.2%에 가까워졌다.

역폭포(틀린 쪽으로 굳은 폭포) 비율은 시뮬레이션이 형성된 폭포 9,690건 중 24.9%, 실험은 41건 중 13건으로 31.7%다. 표본 41의 이항 표준편차가 0.07쯤이라 1 표준편차 남짓한 차이다. 두 값의 분모가 "폭포가 실제로 형성된 주기"라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 전체 주기를 분모로 삼으면 틀린 폭포 비율은 17~20%로 내려간다(6명 16.8%, 20명 19.5%).

폭포는 왜 쉽게 깨지는가

폭포 안의 결정은 정보를 더하지 않는다. 열 명이 줄줄이 같은 답을 낸 뒤에도 그 답 뒤에 쌓인 정보는 처음 두 사람의 공 두 개뿐이다. 그래서 누구의 결정도 아닌 공개 신호 하나를 열한 번째 순서 직전에 끼워 넣으면 줄 전체가 되돌아갈 수 있다.

20명짜리 줄 2만 주기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 봤다. 주입 시점에 폭포 상태였던 19,649주기 중 8.8%인 1,735주기에서 최종 방향이 뒤집혔다. 틀린 폭포만 따로 보면 3,947건 중 1,372건, 34.8%가 바로잡혔다.

면접에서 잇따라 떨어진 지원자를 다음 고용주도 안 뽑는 일, 금융시장의 순차 거래, 유행은 Anderson·Holt가 이 모형이 겨냥한 장면으로 든 예시다. 실험이 그 사례들을 검증한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 확인된 것은 항아리와 공으로 좁혀 놓은 규칙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까지다.

군중의 크기는 확신의 근거가 아니다

폭포는 각자가 자기 앞의 정보를 정확히 저울에 올린 결과로 생긴다. 앞의 결정 둘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여 놓았다면 내 공 하나를 더 얹어도 눈금은 움직이지 않고, 그때는 자기 공을 버리는 편이 이득이 크다. 그렇게 버려진 공은 다음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앞사람을 따르는 결정이 늘 정보를 지우는 것은 아니다. 차이가 아직 벌어지지 않았을 때 앞사람과 같은 답을 낸 사람은 자기 공을 근거로 그렇게 말한 것이고, 그 결정은 정보를 한 조각 더한다. 갈림길은 차이가 2에 닿는 순간이다. 그 뒤로 들어오는 공은 아무 데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줄 밖에서 확인할 것은 하나다. 앞의 결정들에서 실제로 드러난 정보가 몇 조각인지 세어 보면 되고, 그 수는 줄의 길이와 따로 논다. 열 명이 선 줄과 두 명이 선 줄이 똑같이 두 조각을 지고 있을 수 있고, 그 두 조각은 밖에서 온 정보 한 조각에 흔들린다. 줄이 길다는 사실이 말해 주는 것은 앞에 사람이 많다는 것뿐이다.

정보를 가지지 않은 쪽이 오히려 집단의 결정을 되돌리는 경우는 이 블로그의 정보 없는 개체 편에서 다뤘다. 거기서 정보 없음은 완고한 소수를 밀어내는 힘이었고, 여기서는 앞사람을 따르느라 자기 정보를 버리는 쪽이 줄을 얇게 만든다.

더 읽기

  • L. R. Anderson & C. A. Holt, "Information Cascades in the Laboratory", American Economic Review 87(5), 847–862 (1997) — 항아리 실험 원 논문. https://econweb.ucsd.edu/~jandreon/Econ264/papers/Holt%20Anderson%20AER%201997.pdf
  • S. Bikhchandani, D. Hirshleifer, I. Welch, "A Theory of Fads, Fashion, Custom, and Cultural Change as Informational Cascad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0(5), 992–1026 (1992) — 정보 폭포 모형의 원본.
  • S. Bikhchandani, D. Hirshleifer, O. Tamuz, I. Welch, "Information Cascades and Social Learning" (NBER 워킹페이퍼 2021, 공개 PDF 2022판) — 폭포의 취약성과 이후 연구를 정리한 서베이. https://tamuz.caltech.edu/papers/cascades_survey.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