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 세우기는 손끝으로 거꾸로 선 막대(역진자)를 넘어지지 않게 붙잡는 균형 잡기다. 사람이 보고 판단해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반응 지연이, 보고 나서 반응하는 방식으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짧은 막대 길이를 정한다.
빗자루는 세워지고 연필은 쓰러진다

빗자루를 손바닥에 세워 보면 생각보다 쉽게 선다. 자루가 한쪽으로 천천히 기울고, 기우는 쪽으로 손을 옮기면 다시 곧아진다. 기우는 것이 눈에 보이고, 보고 나서 손을 옮겨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같은 손으로 연필을 세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울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시점에 이미 손을 쓸 수가 없다.
지금 바로 해 볼 수 있다. 손바닥에 연필을 세워 몇 초를 버티는지 세어 보고, 곧바로 우산이나 빗자루로 같은 일을 해 보면 된다. 둘 사이의 차이는 초시계 없이도 느껴진다.
결과는 직관과 반대다. 긴 막대는 무겁고 손도 더 크게 움직여야 하니 다루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오래 서 있는 쪽은 그 긴 막대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순서는 연습으로도 뒤집히지 않는다. 균형 잡기를 제어 문제로 다룬 문헌은 이 역설을 아예 전제로 쓴다.
a short stick is harder to balance than a long stick
짧은 막대가 긴 막대보다 세우기 어렵다.
Leong & Doyle (2016)이 순서를 만드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막대가 스스로 넘어지는 빠르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기울기를 보고 손을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 글은 두 값이 만나는 자리에 연습으로는 못 넘는 최단 길이가 생긴다는 것을 시뮬레이션과 실측으로 확인한다.
지연이 있는 되먹임이 물 온도를 출렁이게 만드는 이야기는 샤워기 물온도 편에서 다뤘다. 이번에는 지연이 아예 못 세우게 만드는 자리다. 먼저 막대가 얼마나 빨리 넘어지는지부터 본다.
거꾸로 선 진자와 배가 시간
손끝에 세운 막대는 거꾸로 선 진자(inverted pendulum)다. 매달린 진자는 옆으로 밀어도 중력이 다시 아래로 끌어당기지만, 거꾸로 선 진자는 반대다. 수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중력이 그 각도를 더 벌린다. 되돌리는 힘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밀어내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벌어지는 방식이다. 기울기가 커지는 속도가 지금의 기울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각도는 일정한 시간마다 두 배씩 커진다. 이 시간이 배가 시간이다. 배가 시간이 0.1초라면 1도로 시작한 기울기가 0.3초 뒤에는 8도가 된다는 뜻이다.
넘어지는 빠르기를 정하는 계수 $a$ 는 막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적힌다. 질량이 막대 끝에 몰려 있다고 보는 질점 근사에서는 $a = g/\ell$ 이다. 밑을 손끝으로 잡은 균일한 막대로 보면 $a = 3g/(2\ell)$ 이 된다. 어느 쪽이든 길이 $\ell$ 이 분모에 있다. 막대가 짧을수록 넘어지는 빠르기가 커진다는 말이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길이 0.15 m 인 연필은 배가 시간이 질점 근사로 0.086초, 균일 막대로 0.070초다. 어느 모형으로 봐도 0.1초가 안 된다. 1.2 m 인 빗자루는 같은 값이 차례로 0.242초와 0.198초다. 사이에 있는 0.6 m 짜리 막대는 0.140초에서 0.171초 사이다.
연필은 빗자루보다 약 2.8배 빨리 기운다. 이 배수는 질점 근사로 보든 균일 막대로 보든 똑같이 나온다. 길이는 여덟 배 차이인데 빠르기는 그 제곱근인 2.8배만 차이 난다. 넘어지는 속도 자체는 길이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는 뜻이다. 뒤에서 볼 최단 길이는 이와 달리 훨씬 가파르게 움직인다.
그러면 0.07초가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인지를 따져 볼 차례다. 여기서부터는 막대가 아니라 사람 쪽을 본다. 눈이 보고 손이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음 절의 주제다.
눈→뇌→손, 그리고 반응 지연 τ
막대를 세우는 동안 사람이 하는 일은 하나의 고리다. 눈이 기울기를 보고, 뇌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옮길지 판단하고, 손이 받침점을 옮기고, 그 결과로 막대의 기울기가 바뀐다. 그리고 바뀐 기울기를 다시 눈이 본다.
그림 1에서 강조된 자리가 문제의 지점이다. 고리를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이 들고, 그래서 손은 언제나 조금 전의 기울기에 대응한다. 이 시간을 반응 지연 $\tau$ 라고 한다. Milton 연구팀은 앉은 자세 숙련자에게서 0.23초를 쟀고, Leong·Doyle은 문헌의 전형값으로 0.3초를 쓴다. 대략 0.2~0.3초라고 보면 되고, Leong·Doyle 은 이 지연에서 가장 큰 몫이 시각 처리라고 적는다.
0.23초가 어느 정도인지는 앞 절의 배가 시간과 견주면 잡힌다. 0.6 m 막대의 배가 시간이 0.140초에서 0.171초이니, 그동안 되받는 힘이 없다고 치면 각도는 세 배 안팎으로 벌어진다. 손은 지금의 막대가 아니라 조금 전의 막대를 향해 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되받는 힘의 크기를 정하는 문제가 되받는 시점의 문제로 바뀐다.
사람이 그 지연을 안고 하는 일을 가장 단순하게 적으면 손잡이 두 개다. 하나는 기울어진 각도에 비례해서 되받는 몫($P$)이고, 다른 하나는 기울어지는 속도에 비례해서 되받는 몫($D$)이다. 문제는 두 몫 모두 $\tau$ 전에 본 기울기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식으로 적으면, 기울기의 가속도는 저절로 벌어지는 몫에서 $\tau$ 전의 기울기와 그 변화 속도로 만든 되받음을 뺀 값이다.
식 1이 안정한지를 $P$ 와 $D$ 를 어떻게 고르든 따져 보면, 답은 한 줄로 정리된다. 넘어지는 빠르기를 정하는 계수에 지연의 제곱을 곱한 값이 2보다 작아야 한다. 이것은 곧 막대가 어떤 길이보다 길어야 한다는 조건과 같은 말이다.
식 2에서 눈에 띄는 것은 $\tau$ 가 제곱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반응이 두 배 느려지면 세울 수 있는 최단 길이는 두 배가 아니라 네 배로 뛴다는 뜻이다. 세 가지 지연값을 그대로 넣어 확인한다.
g = 9.81
for tau in (0.10, 0.23, 0.30):
point = g * tau**2 / 2 * 100 # 질점 근사
rod = 3 * g * tau**2 / 4 * 100 # 밑을 잡은 균일 막대
print(f"tau={tau:.2f}s -> 질점 {point:.1f} cm · 균일 막대 {rod:.1f} cm")tau=0.10s -> 질점 4.9 cm · 균일 막대 7.4 cm
tau=0.23s -> 질점 25.9 cm · 균일 막대 38.9 cm
tau=0.30s -> 질점 44.1 cm · 균일 막대 66.2 cm0.1초로 반응하는 계라면 경계가 질점 근사로 4.9 cm, 균일 막대로 7.4 cm 에 놓인다. 그보다 긴 막대여야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0.3초로 늦어지면 같은 경계가 44.1 cm 와 66.2 cm 로 올라간다. 지연이 세 배가 되는 사이 최단 길이는 아홉 배가 됐다. 앞 절에서 넘어지는 빠르기가 길이에 둔감했던 것과 정반대다.
이제 답을 말할 수 있다. 반응 지연이 0.23초인 사람은 보고 나서 되받는 방식, 곧 지연된 상태 되먹임으로는 $P$ 와 $D$ 를 어떻게 고르더라도 최단 길이보다 짧은 막대를 세우지 못한다. 그 길이는 질점 근사로 보면 25.9 cm, 균일 막대로 보면 38.9 cm 다. 그 길이를 정하는 것은 손의 솜씨가 아니라 지연 그 자체다. 남은 절들은 이 문턱이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사람이 실제로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확인한다.
왜 하필 2인가 — 안정 영역이 닫힌다
2라는 문턱이 어디서 오는지는 세어 보면 드러난다. 지연 0.23초, 균일 막대 모형으로 네 길이(0.30·0.45·0.60·1.00 m)를 골랐다. 길이마다 $P$ 와 $D$ 의 격자 9,191칸을 훑어, 칸마다 막대가 결국 넘어지는지 계산했다.
그림 2에서 세워지는 칸은 처음부터 넉넉하지 않다. 이 격자 안에서 1.00 m($a\tau^{2}=0.78$)일 때 1,460칸, 0.60 m(1.30)일 때 119칸이다. 0.45 m(1.73)에서는 2칸으로 줄고, 0.30 m(2.59)에서는 한 칸도 없다. 칸 수 자체는 격자를 어디서 잘랐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 띠가 좁아지다가 닫힌다.
왜 닫히는지는 두 힘을 견주면 보인다. 되받는 힘이 약하면 지연 동안 벌어진 각도를 따라잡지 못해 그대로 넘어진다. 반대로 되받는 힘을 키우면 늦게 도착한 힘이 이미 반대쪽으로 지나간 막대를 다시 밀어 진동이 커진다. 너무 약해도 안 되고 너무 세도 안 되는 사이에 남는 것이 안정한 띠다. $a\tau^{2}$ 가 2에 닿으면 위아래 경계가 만나 그 틈이 사라진다.
같은 손이 0.60 m 는 세우고 0.30 m 는 놓친다
문턱을 사이에 두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시간에 따라 그려 보면 빠르다. 지연 0.23초에서 균일 막대 기준 최단 길이는 0.389 m 다. 그 위인 0.60 m 과 아래인 0.30 m 에 $P$ 와 $D$ 를 각각 24.770 과 6.190 으로 똑같이 걸었다. 그러고는 1도 기운 상태에서 10초를 굴렸다.
그림 3의 0.60 m 곡선은 곧바로 잦아들지 않는다. 1도로 시작한 기울기가 11.37도까지 벌어졌다가 되돌아오고, 10초 뒤에는 0.054도로 잦아든다. 0.30 m 곡선은 같은 손이 같은 방식으로 되받는데도 기울기가 한쪽으로만 커져 1초가 안 돼 90도, 곧 넘어진 상태에 닿는다.
둘을 가른 것은 손이 아니다. 이득도 지연도 같고 다른 것은 길이 하나뿐이다. 11.37도는 이 이득 한 점에서 나온 값이라 다른 이득에서는 달라진다. 그래도 문턱 근처의 안정은 겨우 되돌아오는 안정이다.
실측은 그 문턱 근처에 서 있다
그러면 사람은 실제로 어디까지 세울까. Milton 연구팀이 숙련자를 실측했다. 앉은 자세에서 잰 반응 지연은 0.23초였고, 240초 이상 세운 가장 짧은 막대는 0.32 m 였다. 같은 0.23초에서 지연 되먹임의 최단 길이는 질점 근사로 0.259 m, 균일 막대로 0.389 m 다. 0.32 m 는 그 둘 사이에 놓인다.
그림 4의 실측점을 $a\tau^{2}$ 로 바꿔 적으면 질점 근사에서 1.62, 균일 막대에서 2.43이다. 문턱은 2다. 같은 점 하나가 모형에 따라 문턱 안쪽에도 바깥쪽에도 놓인다는 뜻이다.
여기 쓴 값들은 손의 관성·마찰·잡음·감각 문턱을 뺀 최소 모형에서 나왔다. 최단 길이와 $a\tau^{2}$ 는 막대를 질점으로 보느냐 균일 막대로 보느냐에 따라 정확히 1.5배 차이 난다. 그래서 이 글은 0.32 m 를 문턱 안이라고도 밖이라고도 적지 않고 하한 근처라고만 적는다.
0.32 m 는 그 연구의 표본에서 나온 값이다. 참가자 66명 가운데 0.56 m 막대로 240초를 넘긴 사람이 24명이고, 그중 숙련자로 분석된 사람이 6명이다. 논문도 임계 길이를 정확히 짚지는 못한다고 적으면서, 0.32 m 보다 길지는 않고 0.2 m 보다 짧지도 않다는 범위로 남겨 둔다.
논문 자신의 결론은 사람이 하한을 뚫었다는 쪽이 아니다. 측정값에 가장 잘 맞는 것은 가속도까지 되받는 제어였다. 그런데 사람의 시각은 가속도 변화를 잘 잡아내지 못하므로, 연구팀은 예측 되먹임(predictive feedback) 쪽이 더 그럴듯하다고 본다. 지연을 이겨 낸 것이 아니라, 지연된 정보로 지금의 기울기를 추정해서 되받는다는 뜻이다.
세워도 흔들린다 — 강건함과 효율의 트레이드오프
문턱을 넘겼다고 해서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Leong·Doyle 은 지연 $\tau$ 와 넘어지는 빠르기 $p$ 가 있는 계에서 최악 잡음 증폭이 $e^{\tau p}$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한다는 하한을 보였다. 두 사람은 이 값이 제어기를 어떻게 설계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적는다. 다만 시선이 막대 끝에 있을 때의 값이다.
지연 0.23초에서 값을 매겨 보면 길이에 따라 크게 갈린다. 0.15 m 짜리 짧은 막대는 최악 잡음 증폭이 질점 근사로 6.42배, 균일 막대로 9.76배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다. 1.20 m 짜리 빗자루는 같은 값이 차례로 1.93배와 2.24배다. 짧은 막대는 세울 수 있더라도 손이 떨리는 만큼을 몇 배로 되돌려 받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잡음에 견디는 것과 짧은 막대를 세우는 것을 함께 가질 수 없다고 적는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도 같은 축에 걸려서, 막대 끝이 아니라 아래쪽을 보면 같은 지연에서도 하한이 더 올라간다. 눈이 이 고리의 병목이기 때문이다.
지연과 넘어지는 빠르기의 곱, 다른 계에도 있는 문턱
지금까지 본 것은 손끝의 막대 하나다. 그런데 이 글이 다룬 두 값은 되먹임으로 붙잡는 계라면 어디에나 있다. 서 있는 사람의 몸이 그렇다. 발목을 받침점 삼아 선 몸은 조금만 기울어도 중력이 그 각도를 더 벌리고, 기울었다는 감각이 다리 근육의 힘으로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앞의 것이 넘어지는 빠르기이고, 뒤의 것이 $\tau$ 라고 적어 온 반응 지연이다.
넘어지는 빠르기에 지연을 곱하고 그 값을 제곱하면, 지금까지 문턱과 견줘 온 $a\tau^{2}$ 가 된다. 이 값이 문턱 아래인 계라면 이득을 다듬는 일이 실제로 답이 되고, 넘긴 계라면 지연을 줄이거나 계를 느리게 만드는 쪽밖에 남지 않는다. 다만 앞에서 본 실측점은 이 잣대로도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사람은 0.23초를 안고 0.32 m 를 세운다. 균일 막대 모형이 맞다면 그 점은 이미 문턱 바깥이고, 지연된 기울기만 보고 되받아서는 그렇게 오래 세울 수 없다. Milton 연구팀이 측정에 가장 잘 맞다고 본 제어도 그런 되받음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지연된 정보로 지금의 기울기를 추정해 미리 움직이는 예측 되먹임 쪽을 더 그럴듯하게 봤다. 계속 붙잡는 대신 필요할 때만 툭툭 개입하는 전환형 모형도 같은 논문이 제안했다. 그러면 손끝의 사람은 무엇을 예측하고 있고, 그 예측은 어디까지 버티는가.
더 읽기
- Leong, Y. P. & Doyle, J. C. (2016), "Understanding Robust Control Theory Via Stick Balancing", arXiv:1606.03520. https://arxiv.org/abs/1606.03520
- Milton, J., Meyer, R., Zhvanetsky, M., Ridge, S. & Insperger, T. (2016), "Control at stability’s edge minimizes energetic costs: expert stick balancing", J. R. Soc. Interface 13(119):20160212. https://doi.org/10.1098/rsif.2016.0212
- Stépán, G. (2009), "Delay effects in the human sensory system during balancing", Phil. Trans. R. Soc. A 367:1195–1212. https://doi.org/10.1098/rsta.2008.0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