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리 2위가격 경매, 정직하게 적는 것이 항상 최선이다

2위가격 경매는 최고가를 낸 사람이 이기고, 2등이 부른 값을 내는 규칙이다. 이 규칙에서는 내 입찰이 내가 이기는지만 정하고 내가 낼 값은 정하지 못하므로, 자기 가치를 그대로 적는 것이 상대가 누구든 항상 최선이 된다.

자동입찰 창 앞에서

같은 경매 앱 화면이 두 패널에 나란히 놓여 있고, 왼쪽은 손가락이 입찰 슬라이더를 3분의 1만 밀어 둔 회색 화면, 오른쪽은 같은 슬라이더를 끝까지 민 강조색 화면이다

중고 거래 앱에 자전거 한 대가 경매로 올라와 있다. 입찰 화면에는 칸이 하나뿐이다 — "최대 얼마까지 입찰할까요". 여기 적는 값은 내가 지금 내는 값이 아니다. 앱이 나 대신 남들보다 한 칸씩만 높게 불러 주다가, 이 값에 닿으면 멈춘다. 이렇게 한도만 맡겨 두는 방식을 자동입찰이라고 한다.

그 칸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된다. 진짜 낼 수 있는 한도를 그대로 적을까, 아니면 남들이 그만큼은 안 부를 것 같으니 조금 낮춰 적을까? 낮춰 적고 싶은 마음에는 근거가 있다.

값을 부르는 사람이 곧 값을 내는 사람이라면 적게 부를수록 싸게 사는 것이 맞다. 벼룩시장에서 흥정할 때 우리가 하는 계산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전제가 하나 붙어 있다 — 내가 부른 값이 내가 낼 값이어야 한다. 경매 규칙이 그 둘을 떼어 놓으면 계산 전체가 무너진다.

경매 규칙이라고 하면 가장 높이 부른 사람이 가져간다는 한 줄로 끝날 것 같지만, 규칙이 정하는 것은 둘이다. 누가 물건을 가져가는가, 그리고 이긴 사람이 얼마를 내는가. 앞의 절반은 대부분의 경매가 같다. 갈리는 것은 뒤의 절반이다 — 이긴 사람이 자기가 부른 값을 내는 규칙이 있고, 진 사람 중 최고가를 내는 규칙이 있다. 한 줄 차이로 보이지만 눈치를 봐야 하는지 아닌지가 여기서 통째로 갈린다.

두 규칙 아래에서는 같은 화면이 다른 뜻이 된다. 내가 부른 값이 곧 낙찰가라면 그 칸은 얼마를 낼 것인지 묻는 칸이고, 낙찰가를 남이 정한다면 같은 칸이 어디까지는 살 마음이 있는지 묻는 칸이다. 적는 숫자는 하나인데 그 숫자의 뜻이 규칙에 따라 갈린다.

그래서 이 글이 검사하는 것은 경매에서는 상대를 읽고 눈치껏 적어야 한다는 감각이다. 그 감각이 맞는 규칙이 있고, 아무 이득도 주지 못하는 규칙이 있다. 어느 쪽인지는 입찰 화면의 문구 한 줄로 가려낼 수 있고, 그 판별법을 마지막에 경매 한 건에 대 본다.

앞서 달러 경매승자의 저주에서는 규칙이 손해 경쟁을 만드는 경매를 봤다. 이번에는 반대쪽이다. 규칙이 정직을 만드는 경매가 있고, 그 규칙이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버티는지를 합성 경매로 확인한다.

2위가격 경매의 규칙 — 내 입찰은 이기는지만 정한다

규칙은 두 줄이다. 참가자는 각자 값을 하나씩 적어 봉해 낸다. 남이 얼마를 적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이런 방식을 봉인입찰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높은 값을 적은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되, 내는 돈은 자기가 적은 값이 아니라 진 사람들 중 가장 높은 값이다. Ausubel 과 Milgrom 은 이 규칙을 한 줄 예로 적어 둔다. 이긴 사람이 10을 적었고 진 사람 중 최고가가 8이면, 이긴 사람은 8을 낸다.

2위가격 경매 한 판 1 봉인 입찰 각자 값을 적어 낸다 2 높은 순 정렬 누가 얼마 적었나 3 최고가 낙찰 1등이 물건을 가진다 4 2등 가격 지불 내는 값 = 남의 최고가
그림 1. 규칙의 핵심은 마지막 칸에 있다 — 이기는 사람은 내 입찰이 정하고, 내는 값은 남의 입찰이 정한다.

처음 들으면 판매자만 손해 보는 규칙처럼 들린다. 왜 1등에게 1등 값을 안 받고 굳이 2등 값을 받는가. 그 물음은 뒤에서 숫자로 답한다 — 미리 말해 두면 판매자가 받는 돈은 두 규칙이 같다.

그림 1의 마지막 칸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가 적은 값은 내 지갑에서 나갈 돈에 아무 영향을 못 준다. 내 입찰이 하는 일은 하나뿐이다 — 남의 최고가를 넘느냐 못 넘느냐. 넘으면 이기고 못 넘으면 진다. 내는 돈은 그것과 무관하게 남이 정한다.

숫자로 적어 보자. 내가 이 물건에 매기는 값을 $v$, 내가 적어 내는 값을 $b$, 남들이 적은 값 중 최고가를 $p$ 라고 하자. 이기면 물건을 얻고 $p$ 를 내니 남는 것은 $v – p$ 다. 지면 아무 일도 없으니 0이다. 값이 정확히 같으면 어느 쪽이 이기는지 정해야 하니, 여기서는 내가 진다고 두자.

(1) $$ \text{이득} = \begin{cases} v – p & (b > p) \\ 0 & (b \le p) \end{cases} $$

식 1의 오른쪽 어디에도 $b$ 가 없다. $b$ 는 조건 자리에만 있다. 내가 얼마를 적든 이겼을 때 남는 돈은 정해져 있고, 내 입찰은 그 판을 가져올지 말지만 고른다.

두 판을 놓고 확인해 보자. 내 가치는 60이다. 한 판은 남의 최고가가 52로 내 가치보다 싸고, 다른 판은 65로 비싸다. 두 방향을 다 보여 주려고 고른 두 값이다. 각 판에서 40(낮춰 적기)·60(그대로)·80(높여 적기)을 적었을 때 남는 것을 계산한다.

v = 60                        # 내가 이 물건에 매기는 값
for p in (52, 65):            # 남들이 적은 값 중 최고가
    for b in (40, 60, 80):    # 내가 적어 내는 값
        gain = v - p if b > p else 0
        print(f"남의 최고가 {p} | 내 입찰 {b} → 이득 {gain}")
남의 최고가 52 | 내 입찰 40 → 이득 0
남의 최고가 52 | 내 입찰 60 → 이득 8
남의 최고가 52 | 내 입찰 80 → 이득 8
남의 최고가 65 | 내 입찰 40 → 이득 0
남의 최고가 65 | 내 입찰 60 → 이득 0
남의 최고가 65 | 내 입찰 80 → 이득 -5

첫 판을 읽어 보자. 남의 최고가가 52일 때 60을 적으면 52를 내고 60짜리 물건을 얻으니 8이 남는다. 그런데 40을 적으면 52를 못 넘어 진다. 40을 적는다는 것은 52라면 안 사겠다고 미리 선언하는 일인데, 사실 나는 52라면 기꺼이 냈을 것이다.

둘째 판에서는 반대다. 남의 최고가가 65면 60짜리 물건을 65에 사야 하니 넘기는 편이 낫고, 정직한 60은 알아서 진다. 80을 적으면 그 판을 이겨 버려 5를 잃는다.

여기서 80이 8을 남긴 첫 판을 보면 높여 적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남의 최고가가 내 가치보다 낮은 판에서는 60을 적든 80을 적든 결과가 같다. 높여 적기가 값을 하는 자리는 오직 남의 최고가가 내 가치보다 높은 판, 곧 지는 편이 나은 판뿐이다. 그래서 두 판이 아니라 전 구간을 훑어야 한다. 내 가치를 60으로 고정하고 남의 최고가를 0부터 100까지 한 칸씩 옮기면서, 정직하게 60을 적었을 때보다 이득이 작아지는 자리를 센다.

내 가치가 60일 때 입찰 40·50·60·70·80 다섯 행에 정직보다 손해 보는 남의 최고가 구간을 가로 띠로 그린 그림. 40과 50 행의 띠는 60 왼쪽에, 70과 80 행의 띠는 60 오른쪽에 있고, 60 행에는 띠가 없다
그림 2. 정직(60) 행만 띠가 비어 있다. 낮춰 적으면 이겼어야 할 판을 놓치고, 높여 적으면 넘겼어야 할 판을 사 온다.

그림 2에서 40을 적으면 남의 최고가가 40에서 59 사이인 20개 자리에서 이겼어야 할 판을 놓친다. 놓친 이득을 다 더하면 210이다. 80을 적으면 61에서 79 사이인 19개 자리에서 손해 보는 판을 가져오고, 다 더하면 190이다. 50은 10개 자리, 70은 9개 자리에서 정직보다 나쁘다. 그리고 네 입찰 어디에서도 정직보다 이득이 커지는 자리는 하나도 없다.

70이 10이 아니라 9인 것도, 80이 20이 아니라 19인 것도 동점 규칙 때문이다. 남의 최고가가 정확히 60인 자리에서는 정직한 60이 동점으로 지고, 70이나 80을 적어 이겨도 60짜리 물건을 60에 사니 남는 것이 0이다. 어느 쪽도 이득이 아니라 두 행에서 똑같이 이 한 자리가 빠진다.

그래서 답은 여기서 이미 나왔다. 2위가격 경매에서는 자기 가치를 그대로 적는 것이 최선이고, 상대가 초보든 전문가든 몇 명이든 그 답은 바뀌지 않는다. 낮춰 적기는 이길 기회만 버리고, 높여 적기는 지는 편이 나은 판만 사 온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다른 어떤 선택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을 지배전략(dominant strategy)이라고 한다. 상대가 몇 명인지, 얼마를 적을지 몰라도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결론이 실무에서 갖는 값은 계산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상대가 몇 명인지, 얼마나 절박한지, 초보인지 전문가인지를 추정할 필요가 없다. 추정할 일이 없으니 추정이 틀려서 손해 볼 일도 없다. 내가 할 일은 이 물건이 나에게 얼마짜리인지 정하는 것 하나로 줄어들고, 그 값은 남을 보지 않고도 정할 수 있다.

이 설계를 1961년 논문에서 다룬 사람이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다. Ausubel 과 Milgrom 은 그가 이 가격 규칙 아래서는 입찰자가 자기 가치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지배전략이 된다는 것을 보였다고 정리한다. 2위가격 경매를 비크리 경매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어떤 경매를 만났을 때 이 규칙인지 가르는 질문은 하나다 — 이긴 사람이 자기가 부른 값을 그대로 내는가. 그대로 낸다면 1위가격이고, 남이 부른 값을 낸다면 2위가격 계열이다. 약관이나 도움말에서 낙찰가를 어떻게 정하는지 한 줄만 찾으면 된다.

1위가격과 비교하면 — 봉우리는 같은데 자리가 다르다

규칙 한 줄만 바꿔 보자. 이긴 사람이 자기가 적은 값을 그대로 내는 경매를 1위가격 경매라고 한다. 식 1의 $p$ 자리에 $b$ 가 들어가, 이기면 남는 것이 $v – b$ 가 된다. 정직하게 60을 적으면 이겨도 남는 것이 0이라, 얼마나 깎을지가 곧바로 문제가 된다.

답을 재려면 자 하나가 필요하다.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판당 평균으로 얼마가 남는지를 기대 이득이라고 한다. 이겼을 때 남는 돈에 그 판을 이길 확률을 곱해 모은 값이다.

합성 경매로 쟀다. 내 가치는 60, 상대는 셋이고 각자 가치는 0에서 100 사이에서 고르게 뽑히며 모두 정직하게 적는다. 2위가격에서 기대 이득은 내가 60을 적을 때 3.24로 가장 크다. 1위가격에서는 상대들도 교과서가 주는 답대로 깎아 적는다고 두면 45를 적을 때 3.24로 가장 크다. 두 봉우리의 높이가 같다.

입찰가에 따른 기대 이득 곡선 두 개를 같은 축에 겹친 그림. 2위가격 곡선은 입찰 60에서 3.24로 가장 높고, 1위가격 곡선은 45에서 같은 3.24로 가장 높다
그림 3. 봉우리 높이는 3.24로 같고 자리만 60과 45로 갈린다. 1위가격에서 60을 적으면 기대 이득이 0이다.

그림 3를 보면 봉우리 자리가 갈린다. 1위가격에서 정직하게 60을 적으면 기대 이득이 0.00이고, 2위가격에서 1위가격의 정답인 45를 적으면 2.39로 3.24보다 작다. 교과서가 주는 1위가격의 답은 자기 가치에 (N−1)/N 을 곱해 적는 것이다. 상대가 셋이면 가치의 4분의 3, 곧 45다.

(2) $$ b^{*} = \frac{N-1}{N}\, v $$

식 2에는 $N$ 이 들어 있다. 상대가 몇 명인지 모르면 계산이 안 되고, 상대 가치가 고르게 퍼져 있지 않으면 식 자체가 달라진다. 1위가격의 정답은 남을 읽어야 나오는 값이다.

판매자 수익은 왜 같은가 — 규칙이 바뀌면 입찰이 따라 바뀐다

격자를 한 칸씩 따지는 대신 무작위로도 확인했다. 네 명이 참가하고 각자 가치가 0에서 100 사이에서 고르게 뽑히는 경매를 20만 판 돌렸다. 나머지 셋은 정직하게 적고, 나만 가치에 배율을 곱해 적는다.

판당 평균 이득은 정직하게 적으면 5.00이다. 가치의 60%만 적으면 2.36으로 떨어지고, 정직할 때보다 나빠진 판이 20만 판 중 19.6%다. 이 19.6%는 배율 0.6 한 점의 값이다. 높여 적어도 정직보다 못하다 — 배율을 1.2로 올리면 4.17로 다시 내려간다. 여섯 배율 전부에서 정직보다 좋아진 판은 0판이었다.

이제 판매자 쪽을 본다. 같은 20만 판에서 판매자가 받은 돈은 2위가격이 평균 60.03, 모두가 교과서 답대로 깎아 적는 1위가격이 60.00이다. 입찰자에게는 전혀 다른 두 게임인데 판매자 몫은 같다.

이유는 규칙이 바뀌면 입찰이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1위가격에서는 모두 가치보다 낮게 적지만 이긴 사람이 자기 값을 낸다. 2위가격에서는 모두 가치를 그대로 적지만 이긴 사람이 2등 값을 낸다. 깎아 적는 만큼 낼 값이 높고, 정직하게 적는 만큼 낼 값이 낮다.

슬롯이 둘이면 정직이 무너진다 — GSP 의 반례

여기까지는 물건이 하나였다. 검색광고 경매는 자리가 여럿이다 — 결과 페이지 위쪽 칸이 아래 칸보다 클릭을 많이 받는다. Edelman·Ostrovsky·Schwarz 가 2007년에 분석한 그 경매의 규칙이 GSP(generalized second-price)다. 일반화 2위가격이라는 뜻이다. 각자 클릭당 얼마를 낼지 적으면 높은 순으로 자리를 나눠 갖고, 내는 값은 자기 바로 다음 사람이 적은 값이다. 이름도 모양도 2위가격의 확장처럼 보인다.

자리가 하나뿐이면 GSP 는 2위가격과 같다. 그러나 자리가 둘 이상이면 다른 경매가 된다. 세 사람은 GSP 에 지배전략 균형(누구도 혼자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이 대체로 없고, 정직 입찰도 균형이 아니라고 적는다.

이들이 든 반례가 선명하다. 위 칸은 시간당 클릭 200회, 아래 칸은 199회다. 광고주는 셋이고, 클릭 하나에 매기는 값이 각각 10·4·2다. 정직하게 적으면 아래 둘은 4와 2를 적는다. 10을 매긴 광고주가 그대로 적어 1등 자리를 잡으면 시간당 (10 − 4) × 200 = 1,200이 남는다. 그런데 3으로 낮춰 적으면 4보다 아래라 2등 자리로 내려가고, (10 − 2) × 199 = 1,592가 남는다.

자리를 한 칸 내주고 값을 크게 깎은 쪽이 이득이다. 이 반례가 도는 이유는 두 자리의 클릭 수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슬롯이 하나일 때 낮춰 적어 얻는 것은 지는 것뿐이었지만, 슬롯이 둘이면 낮춰 적어 얻는 것이 싼 두 번째 자리가 된다.

VCG, 남에게 끼친 손해를 물리다

Edelman 등은 2007년 논문에 당시 구글의 광고 문구를 인용해 둔다. 자기네 경매가 노벨상을 받은 경제 이론을 써서 너무 많이 낸 기분을 없앤다는 문구다. 그런데 정작 그 계보에서 물건이 여럿일 때의 정식 일반화는 GSP 가 아니라 VCG(Vickrey–Clarke–Groves)다. VCG 가 값을 매기는 법은 한 줄이다 — 내가 내는 값은 내가 그 자리에 들어오는 바람에 남들이 잃은 만큼이다.

논문의 다른 예로 계산해 보자. 자리는 둘, 클릭은 시간당 200회와 100회, 세 광고주가 클릭 하나를 각각 10·4·2로 친다. 모두 정직하게 적을 때 GSP 에서 1등 광고주가 내는 돈은 시간당 800이다. VCG 에서는 600이다.

VCG 지불 600을 광고주 3에게 끼친 손해 200과 광고주 2에게 끼친 손해 400 두 단계로 쌓아 올린 폭포 막대 그림
그림 4. 1등 광고주가 VCG 에서 내는 600은 남에게 끼친 손해 200과 400의 합이다. 같은 예에서 GSP 지불은 800이다.

600이 어디서 오는지는 그림 4가 쌓아 보여 준다. 내가 없었다면 3번 광고주가 아래 칸에 앉아 200어치를 얻었을 텐데, 그 자리를 내가 밀어냈다. 2번 광고주는 위 칸에 앉아 800어치를 얻었을 텐데 아래 칸으로 밀려 400만 얻는다. 200과 400을 더한 600이 내가 낼 값이다.

정직을 사는 값 — 수익 0·담합·프라이버시

이렇게 좋은 설계가 왜 흔하지 않을까. Ausubel 과 Milgrom 이 논문에서 던지는 물음이다. 그들이 꼽은 이유 중 셋을 본다.

판매자가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라이선스 두 장을 세 사람에게 판다고 하자. 1번은 두 장 묶음에만 관심이 있고 20억 달러를 낼 생각이다. 2번과 3번은 각각 한 장에 20억 달러를 낼 생각이다.

VCG 는 2번과 3번에게 한 장씩 나눠 준다. 그런데 각자 낼 값을 계산하면 0이다. 2번이 빠져도 남는 사람들이 얻는 값이 그대로라 끼친 손해가 없다.

진 사람들의 담합은 그대로 통한다. 2번과 3번의 진짜 가치가 5억 달러뿐이어도, 둘이 미리 말을 맞춰 각자 20억 달러를 적으면 결과는 똑같다. 각자 한 장씩 가져가고 값은 0이다.

자기 가치를 그대로 적어 내라는 말은 자기 가치를 그대로 알려 주라는 말이다. Ausubel 과 Milgrom 은 Rothkopf 등(1990)의 지적을 빌려, 나중에 그 정보가 자기에게 불리하게 쓰일까 봐 입찰자가 꺼릴 수 있다고 적는다. 다만 같은 글이 단서를 단다 — eBay·구글·아마존의 대리 입찰이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이 걱정이 늘 결정적이지는 않다.

Why is the Vickrey auction design, which is so lovely in theory, so lonely in practice? 이론에서는 그토록 사랑스러운 비크리 경매 설계가 왜 실무에서는 그토록 외로운가.

Ausubel & Milgrom, “The Lovely but Lonely Vickrey Auction” (2006), p.2 (스탠퍼드 PDF 기준)

그래서, 언제 정직하게 적어도 되는가

온라인 경매에 중고 렌즈 하나가 올라와 있다고 하자. 이 렌즈에 내가 낼 수 있는 최대는 42만 원이다. 42만 원을 그대로 적어도 되는지는 세 가지를 차례로 물으면 나온다. 순서가 있는 질문이라 첫 답이 갈리면 뒤는 볼 것도 없다.

약관에서 낙찰가를 어떻게 정하는지부터 찾는다. 이건 취향이 아니라 문서에 적힌 사실이라, 확인은 화면 문구 하나로 끝난다. 한도까지 대신 입찰하되 다른 입찰자보다 한 단위 높은 값에서 멈춘다고 적혀 있으면, 내가 적는 42만 원은 상한일 뿐이고 실제 낙찰가는 남이 정한다. 식 1의 모양이니 첫 관문은 지난 셈이다.

반대로 적은 값이 그대로 낙찰가가 된다고 적혀 있으면 1위가격이다. 그때는 얼마를 깎을지가 문제로 돌아오고, 식 2가 말하듯 그 답은 상대가 몇 명인지에 달려 있다. 상대 수를 모르는 채 감으로 깎는 자리라면, 깎은 값이 맞았는지는 끝나고도 알 수 없다.

같은 약관이 낙찰자를 몇 명 뽑는지도 말해 준다. 렌즈 한 개에 낙찰자 한 명이면 자리는 하나다. 그런데 같은 판매자가 같은 렌즈를 세 개 걸어 두고 높은 순서대로 낙찰이 갈리는 방식이라면 자리가 여럿인 경매이고, GSP 에서 본 구멍이 그대로 열린다. 두 번째 자리가 첫 번째와 비슷한 값을 준다면 한 칸 내려가 싸게 사는 쪽이 이득이 된다. 이때는 다음 사람 값을 낸다는 문구를 봤어도 정직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남은 하나는 화면 밖에 있다. 한 사람이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서로 다른 입찰자인 척할 수 있다. 진 사람들끼리 미리 말을 맞출 수도 있다. Ausubel 과 Milgrom 이 VCG 의 약점으로 꼽은 것이 정확히 이 둘이다. 이 축이 깨지면 앞의 두 답이 맞아도 정직이 최선이라는 보장이 사라진다.

이 축은 규칙이 아니라 규칙을 운영하는 쪽의 문제라 약관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앞의 두 질문과 달리 화면 문구 하나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세 질문 중 하나가 미정으로 남는다면 그만큼 규칙을 덜 믿는 쪽이 맞다.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온라인 대리 입찰은 사실 봉인입찰이 아니다. 남의 값을 보면서 다시 부를 수 있는 경매를 동적 경매라고 한다. Ausubel 과 Milgrom 은 입찰자가 나중에 한도를 올릴 수 있으므로 이런 경매가 여전히 진짜 동적 경매라고 적는다. 한 번 적고 끝낼 생각이면 여기까지의 계산이 그대로 서고, 상황을 보며 한도를 올릴 생각이면 그때부터는 다른 게임이다.

세 질문 중에서는 첫 질문이 가장 많은 일을 한다. 내가 적은 값이 그대로 낙찰가가 되는 자리에서는 눈치가 실력이다. 남이 낙찰가를 계산해 주는 자리에서는 같은 눈치가 손해로 바뀐다.

낙찰가를 남의 입찰이 정하고, 자리가 하나이고, 신원과 담합이 흔들린다는 신호가 없다면 42만 원을 그대로 적는 것이 최선이다. 그 최선은 상대가 누구인지와 무관하다.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규칙이 정직을 사 주지 않는 자리이고, 눈치 게임이 돌아온다. 정직이 최선이 되는 것은 사람이 정직해서가 아니라 규칙이 내가 낼 값을 내 손에서 떼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검증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더 읽기

  • Ausubel, L. M. & Milgrom, P. "The Lovely but Lonely Vickrey Auction", in Combinatorial Auctions (MIT Press, 2006), ch. 1 — https://web.stanford.edu/~milgrom/publishedarticles/Lovely%20but%20Lonely%20Vickrey%20Auction-072404a.pdf
  • Edelman, B., Ostrovsky, M. & Schwarz, M. "Internet Advertising and the Generalized Second-Price Auction", American Economic Review 97(1) (2007) — https://www.benedelman.org/publications/gsp-060801.pdf
  • Krishna, V. Auction Theory, 2nd ed. (Academic Press, 2009), ch. 2–3 — 1위가격 균형 입찰과 수익 동등의 표준 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