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나 반딧불이 불빛처럼 여럿이 박자를 맞추는 일은 보통 서서히 일어난다. 그런데 연결이 한쪽에 몰린 망에서, 연결이 많은 쪽일수록 빠르게 돌게 해 두면 다르다.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조금씩 올려도 한동안은 전혀 안 맞다가, 한 칸 차이로 한꺼번에 맞아 버린다. 한 번 맞은 박자는 그 힘을 켤 때보다 더 낮춰야 풀린다. 이것을 폭발적 동기화(explosive synchronization)라고 한다.
결합 손잡이를 올리는 두 실험대

실험대가 두 개 있다. 둘 다 위에서 진동자 1000개가 돌아가고, 손잡이는 하나뿐이다. 이 손잡이는 진동자끼리 서로를 끌어당기는 세기 $\lambda$를 정한다. 손잡이를 0.02씩 올리면서, 진동자들이 얼마나 한 방향으로 모이는지를 매번 잰다. 두 실험대에서 다른 것은 배선뿐인데, 손잡이를 끝까지 올리는 동안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르다.
왼쪽은 연결 수가 고만고만한 망이다. 무작위로 이은 에르되시–레니(Erdős–Rényi, ER) 망으로, 평균 연결 수는 5.93이고 가장 많이 연결된 노드도 16개다. 오른쪽은 한쪽에 연결이 몰린 망이다. 척도 없는 바라바시–알베르트(Barabási–Albert, BA) 망이고, 평균은 5.99로 비슷한데 가장 많이 연결된 노드는 69개다. 두 망에 같은 규칙을 건다. 연결이 많은 진동자일수록 빠르게 돈다는 규칙이다.
정렬 정도 $r$은 0이면 제각각, 1이면 전부 한 방향이라는 뜻이다. 고른 망에서는 손잡이를 올릴수록 이 값이 조금씩 자란다. $r$이 0.5를 넘는 지점은 $\lambda=0.78$이고, 한 칸 사이에 가장 크게 오른 폭도 0.20에 그친다.
허브 망에서는 같은 손잡이가 다르게 군다. $\lambda=0.80$에서 $r$은 0.05, $\lambda=1.42$까지도 0.08 언저리에 납작하게 머문다. 그러다 $\lambda=1.44$ 한 칸에서 0.90으로 뛴다. 한 칸 사이의 상승폭이 0.82다.
내려올 때는 같은 길을 되밟지 않는다. $\lambda=1.30$에서 $r$은 아직 0.71이고, 한 칸 더 내린 $\lambda=1.28$에서야 0.06으로 무너진다. 꺼지는 문턱은 켜진 상태가 버티는 가장 낮은 결합이다. 이 망에서 그 값은 1.30이고, 켜는 문턱 1.44와는 0.14 벌어져 있다. 결합 세기가 같아도 어느 길로 왔느냐에 따라 상태가 갈리는데, 이것을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이력 현상)라고 한다.
망을 다시 뽑아도 모양은 그대로다. 망 시드를 0부터 4까지 바꿔 다섯 번 돌리면 도약은 $\lambda$ 1.46~1.50에서 일어난다. 꺼지는 문턱은 1.28~1.30이고, 두 문턱 사이는 0.18~0.22다. 다섯 번 모두 한 칸에서 $r$이 0.5 넘게 뛰었다.
문턱 이야기는 박수 동기화 편에서도 했다. 거기서는 손뼉이 맞아 들어가는 일이 서서히 일어났고, 이번 편은 같은 켜짐이 한 칸에 몰려 오는 조건을 다룬다. 밀레니엄 브리지 편의 흔들림도 문턱을 넘는 이야기였지만 메커니즘은 다르다. 이 글이 따라 도는 원문은 Gómez-Gardeñes 연구팀이 2011년에 낸 논문(Physical Review Letters)이다. 원문 서론은 폭발적 집단 현상에 관심이 쏠린 계기로 폭발적 퍼콜레이션 전이의 발견을 든다. 무엇이 두 실험대를 갈랐는지 보려면, 손잡이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부터 적어야 한다.
바늘시계로 본 동기화
진동자 하나를 시계 바늘 하나로 적는다. 바늘이 가리키는 각도가 위상이고, 바늘이 도는 속도가 그 진동자의 고유 진동수다. 이웃과 연결돼 있으면 바늘은 제 속도로만 돌지 못한다. 이웃 바늘이 앞서 있으면 조금 당겨지고, 뒤처져 있으면 조금 끌어당긴다. 이 규칙에는 이름이 있다. 쿠라모토 모형(Kuramoto model)이라고 부르며, 각 바늘은 제 고유 속도로 돌되 연결된 이웃 쪽으로 결합 세기에 비례하는 만큼 끌린다.
식 1에서 $A_{ij}$는 두 진동자가 연결돼 있으면 1, 아니면 0이다. 사인 함수는 두 바늘의 각도 차가 작으면 약하게 당기고, 90도쯤 벌어졌을 때 가장 세게 당긴다. 차가 더 벌어져 정반대에 놓이면 당기는 힘은 도로 0이 된다. 결합 $\lambda$가 0이면 바늘들은 서로를 무시하고 각자 제 속도로 돈다. 정렬 정도는 바늘들을 단위원 위의 화살표로 보고 평균을 낸 다음, 그 평균 화살표의 길이로 잰다. 전부 같은 방향이면 길이가 1이고, 고르게 흩어져 있으면 0에 가깝다.
식 2는 짧은 코드로 그대로 재현된다. 아래는 손으로 고른 세 경우다. 고르게 흩어진 바늘, 90도씩 벌어진 바늘, 한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
import numpy as np
def r(theta):
t = np.array(theta)
return round(float(np.hypot(np.mean(np.cos(t)), np.mean(np.sin(t)))), 4)
print(r([0.0, 2 * np.pi / 3, 4 * np.pi / 3])) # 고르게 흩어짐
print(r([0.0, np.pi / 2, np.pi])) # 90도씩 벌어짐
print(r([1.0, 1.0, 1.0])) # 한 방향0.0
0.3333
1.0세 값은 정의 그대로 나온다. 고르게 흩어진 셋은 0, 90도씩 벌어진 셋은 0.33, 한 방향을 가리키는 셋은 1이다. 이 글에서 진동자에 속도를 주는 규칙은 하나뿐이다. 연결 수가 그대로 빠르기가 된다. BA 망의 말단 노드는 연결이 3개라 3의 속도로 돌고, 허브는 연결이 69개라 69의 속도로 돈다. 구조와 리듬이 한 몸이 되는 것이 이 모형의 전부다.
결합을 올리는 방식도 정해 둔다. 한 칸 올릴 때마다 앞 칸의 마지막 상태를 그대로 물려받아 다시 돌리고,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로 이어 붙인다. 매번 무작위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갈릴 여지가 생긴다. 과도 구간은 돌리기 시작한 뒤 얼마 동안 요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아래에 나오는 $r$ 값은 모두 그 구간을 버린 뒤 잰 시간 평균이다.
상관을 끊으면 도로 경사가 된다
그러면 허브만 있으면 언제나 한 번에 켜질까. 같은 BA 망을 그대로 두고 진동수만 노드에 무작위로 다시 나눠 주면 답이 나온다. 진동수 값의 집합은 손대지 않았다. 3도 69도 그대로 있고, 어느 노드가 그 값을 갖는지만 바뀐다. 상관은 두 값이 나란히 커지는 정도를 재는 수인데, 1이면 완전히 함께 움직이고 0이면 서로 무관하다. 이렇게 섞으면 연결 수와 빠르기의 상관은 $-0.013$으로 사라진다.
섞은 망에서 $r$은 서서히 오른다. 0.5를 넘는 지점은 $\lambda=0.56$이고, 한 칸 최대 상승은 0.08이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의 차이도 최대 0.09라서, 문턱이 갈라졌다고 할 수준이 아니다. 같은 망, 같은 진동수 값인데 배정만 바꾸자 도약이 사라졌다. 섞은 대조군은 허브 망 본실험(0.80부터)보다 아래인 $\lambda$ 0.10부터 1.80까지 훑었다. 도약이 아니라 완만한 상승을 재야 해서 낮은 구간이 필요했다.
거꾸로 상관은 그대로 두고 구조만 바꾼 것이 앞의 ER 망이다. 여기서도 빠르기는 연결 수와 같지만, 가장 많이 연결된 노드가 16개를 넘지 않아 빠른 노드와 느린 노드의 차이가 작다. $r$은 경사로를 오르고,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의 차이는 최대 0.06이다.
그림 1의 세 패널이 이 절의 결론이다. 한 번에 켜지려면 연결이 몰린 구조와 빠르기-연결 상관이 둘 다 있어야 한다. 하나만 빼도 도로 경사가 된다. 서서히 자라는 쪽을 연속 전이 또는 2차 상전이(phase transition), 한 칸에서 뛰는 쪽을 불연속 전이 또는 1차 상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재료가 둘 다 있어도, 왜 하필 그 한 칸에서 켜지는지는 아직 답하지 않았다.
왜 하필 그 한 칸인가 — 유효 진동수
바늘은 제 고유 속도로만 도는 것이 아니다. 이웃에 끌려서 실제로는 조금 빠르게, 또는 조금 느리게 돈다. 일정 시간 동안 바늘이 실제로 돈 각도를 그 시간으로 나눈 값을 유효 진동수라고 부른다. 고유 진동수가 그 바늘이 원하는 속도라면, 유효 진동수는 실제로 내고 있는 속도다.
도약 직전의 허브 망을 들여다보면 바늘들은 아직 각자 제 속도 근처에 있다. $\lambda=1.42$에서 연결 3개짜리 노드 394개의 평균 유효 진동수는 4.32다(고유 속도는 3). 6개짜리는 5.00, 12개짜리는 9.07, 연결 69개짜리 허브는 64.87이다. 끌려서 밀리기는 했다. 고유 속도에서 0.5 이상 벗어난 노드가 79.2%로, 대부분은 제 고유 속도를 그대로 내고 있지 않다. 그래도 공통 속도로 모이지는 않았다.
한 칸 뒤 $\lambda=1.44$에서는 네 계급이 전부 5.99로 모인다. 이 값은 이 망의 평균 연결 수와 같다. 전체 노드의 99.9%가 그 값에서 0.5 안으로 들어온다. 허브는 64.87에서 5.99로 내려앉고 말단은 4.32에서 같은 값으로 올라오는데, 이 일이 결합 한 칸 사이에 일어난다.
retain their natural frequencies until they become almost fully locked
거의 완전히 잠기기 전까지는 제 고유 진동수를 유지한다.
Gómez-Gardeñes, Gómez, Arenas, Moreno, Phys. Rev. Lett. 106, 128701 (2011)
이 글은 여기서 "유지한다"를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완전히 잠기기 전까지는 공통 속도로 합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는다. 원문도 바로 이어 임계 결합에 이르기 전에는 동기화의 미시적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적는다. 앞의 실측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밀리기는 해도 한 값으로 모이지는 않았다.
그림 2에서 둘째 프레임과 셋째 프레임 사이가 결합 한 칸이다. ER 망에서는 모이는 순서가 다르다고 원문은 보고한다. 연결 수가 큰 노드부터 차례로 평균 진동수에 합류한다는 서술이다. 우리 실측은 BA 망만 계급별로 찍었으므로, 이 대목은 논문의 보고로만 적는다.
별 그래프로 손에 잡히게
허브가 방아쇠라면 허브 하나만 남긴 망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별 그래프는 가운데 허브 하나에 잎 $K$개가 붙은 망이다. 잎끼리는 연결이 없고 전부 허브에만 붙는다. 빠르기는 여기서도 연결 수와 같아서, 허브는 $K$의 속도로 돌고 잎은 전부 1의 속도로 돈다. 이 망은 손으로 풀린다. 허브와 잎이 서로 잠겨 같은 속도로 도는 상태가 유지되는 결합의 하한과, 그 순간의 정렬 정도가 닫힌 식으로 나온다.
별 그래프가 손으로 풀리는 이유는 계 전체의 평균 진동수에 맞춰 좌표계를 함께 돌려 버리면 식에서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원문은 그 회전 좌표계에서 허브와 잎의 각도 차가 만족해야 할 관계식을 세우고(Eq. 5~10), 그 관계가 더 이상 풀리지 않게 되는 결합에서 위 두 값을 얻는다. 잠겼는지 아닌지는 허브와 잎의 유효 진동수 차가 0.05 미만인지로 판정했다. 유도 자체는 이 글의 결론에 필요하지 않아 접어 둔다.
식 3가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K$가 클수록 잠금이 풀리는 결합은 1에 가까워지고, 풀리는 순간의 정렬 정도도 1에 가까워진다. 두 번째가 중요하다. 잠금이 끊기는 자리에서 정렬 정도가 0이 아니라 $K/(K+1)$이라는 뜻이고, 매끄러운 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낙차다.
$K=10$으로 실제 돌려 보면 식과 맞는다. 내려오는 길에서 허브 잠금은 $\lambda=0.82$에서 풀리고, 해석값 9/11 = 0.82와 한 칸 안에서 일치한다. 그 직전 $r$은 0.92로, 해석값 10/11 = 0.91과 맞는다. 다만 $r$은 잠금이 풀린 뒤에도 0.91에 머문다. 잎 10개가 같은 속도라 자기들끼리 뭉쳐 있고 허브만 겉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 그래프에서 1차 전이를 알리는 것은 $r$ 곡선의 모양이 아니다. 잠금이 $r=0$이 아니라 0.91인 자리에서 끊긴다. 올라가는 길은 훨씬 늦어서, 무작위 위상에서 시작하면 $r$은 0.19로 버티다가 $\lambda=1.88$에서 0.99로 뛴다.
$K$를 10에서 70까지 늘리면 두 문턱이 점점 벌어진다(그림 3). 잠금이 풀리는 $\lambda$는 전 구간에서 해석값과 한 칸($\delta\lambda=0.05$) 안에 있다. 도약 $\lambda$의 중앙값은 1.65에서 5.80까지 $K$와 함께 단조로 커진다. 해석값 $\lambda_c$와의 거리는 0.83에서 4.83으로 단조로 벌어진다. 다만 작은 $K$는 초기 위상에 민감하다. $K=10$에서는 도약이 시드에 따라 1.25에서 1.88 사이로 흩어지고, $K$가 40 이상이면 세 시드가 0.05 안에 모인다.
동기화가 스위치가 되는 조건 두 가지
이 모형에서 확인한 재료는 둘이다. 하나는 연결 수가 크게 다른 망이고, 다른 하나는 빠른 쪽이 곧 연결 많은 쪽이라는 규칙이다. 둘 다 있으면 정렬 정도가 한 칸에서 0.08에서 0.90으로 뛰고, 하나만 빠지면 도로 경사로 오른다. 고른 망에 상관을 걸어도 경사였고, 허브 망에서 상관만 끊어도 경사였다.
두 번째로 확인한 것은 되돌리는 비용이다. 한 번 켜진 뒤에는 결합을 도로 낮춰도 켜졌던 자리에서 꺼지지 않는다. 망 다섯 개에서 켜는 문턱과 꺼지는 문턱의 거리는 0.18에서 0.22 사이였다. 결합을 그만큼 되돌리는 동안 계는 켜진 상태에 그대로 남아 있다. 별 그래프에서는 그 거리가 $K$와 함께 커졌다.
여기까지가 합성 망과 별 그래프에서 확인된 범위다. 현실의 망이 이 조건을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이 모형이 답해 주지 않는다. 다만 어떤 계의 동기화가 서서히 올지 한 번에 올지를 가늠하려면, 연결이 한쪽에 몰려 있는지를 먼저 보고 빠른 쪽이 연결 많은 쪽인지를 이어서 본다.
더 읽기
- J. Gómez-Gardeñes, S. Gómez, A. Arenas, Y. Moreno, "Explosive Synchronization Transitions in Scale-free Networks", Phys. Rev. Lett. 106, 128701 (2011) — https://arxiv.org/abs/1102.4823
- 박수 동기화 주기 배가 — https://horongs.com/rhythmic-applause-period-doubling/
- 폭발적 퍼콜레이션 — https://horongs.com/explosive-percolation/